이현고 급식대란 장기화…2주째 도시락·배달음식 등으로 대체

경기도 이천의 이현고등학교에서 근무여건 개선을 둘러싼 급식 조리 종사원들과 학교 측의 갈등으로 급식중단 사태가 2주째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현재 도시락·배달음식 등으로 급식을 대체하는 상황이다.
3일 경기도교육청과 이현고에 따르면 학교급식 조리사와 조리종사원 등 경기도교육공무직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11명이 지난달 20일부터 파업에 나선 이후 학교급식(중식)이 중단됐다.
이현고 조리종사자들은 언론에 “초과근무수당을 통상임금의 1.5배를 받고 있는데 이를 2배로 인상해 달라고 학교에 요구했다”며 “그러나 학교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교섭도 하지 않아 합법적인 쟁의에 나섰다”고 밝혔다.
시간당 초과근무수당을 170원(통상임금의 0.5배) 올려달라는 조리종사자들의 요구에 사용자인 학교장은 교섭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조리사는 “도내 고교 34%가 조리종사자들의 연장근무 수당을 통상임금의 2배 이상으로 지급하고 있다”면서 “학교 측이 조리종사자 1명을 줄이면 수당인상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그건 오히려 근무여건이 퇴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리 종사자들은 지난 3월 석식 제공을 중단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파업으로 중식까지 중단하자 조리종사자들과 학교·학부모 간 갈등이 심화된 상황이다.
학교 측은 노조의 요구에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현고 교장은 “우리 학교는 배치 기준보다 1명 더 많은 조리 종사자가 근무 중이며 그동안 급식시설 개선 등 예산 지원에 힘썼다”며 “이천지역 다른 학교와 비교했을 때 근무여건이 열악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100%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되는 직영 급식이라 학부모 동의 없이 임금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양측 간 이견을 좁히기 힘든 이유다.
어른들 싸움의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알레르기 등을 이유로 급식을 신청하지 않은 7∼8명을 제외한 이현고 학생 1030여명은 지난달 20일부터 도시락이나 외부배달음식으로 급식을 대체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조리종사자들은 “우리도 학생들에게 밥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타 지역과 비교해 열악한 근무여건을 조금 개선해달라는 정당한 요구에 아무 답변 없는 학교장의 무책임이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교 교장은 “아무리 그래도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 밥은 줘야 할 것 아니냐”며 “싸움은 어른들끼리 해야 한다”고 맞섰다.
학교 측은 급식종사자들과 갈등이 깊어지자 다음 학기부터는 아예 석식을 없애기로 했다.
석식이 없어지면 급식 배치기준에 따라 조리종사자 2명은 오는 9월부터 타 학교로 옮겨야 한다.
여기에 학생 중 260여명은 급식 파업이 중단되도 현 급식종사원들이 조리하는 중식은 먹지 않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현고 급식대란과 이에 따른 갈등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국 김예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