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화백(80)이 위작 논란을 빚고 있는 그림 13점에 대해 “13점 모두 진품이 맞다”며 경찰의 수사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감정결과를 내놓았지만 경찰은 해당 그림들을 모두 위작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4일 “압수한 그림 13점이 여전히 모두 위작이라고 판단한다”며 “구속된 현 모 씨(66)와 이 모 씨(39)가 위조를 시인한 4점 외에 다른 그림을 위조·유통한 피의자들을 검거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 출석 이후 이 화백이 줄곧 주장해왔던 ‘작가의 직관’을 수사당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지난달 29일 이 화백이 압수품 13점을 직접 감정하고 결과를 발표한 이후 경찰과 이 화백 측 사이에는 크게 3가지 부분에서 엇갈린 주장이 오갔다.
첫째는 그림의 진위여부를 가릴 때 어떤 기준을 우선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이다. 이 화백은 “그림에 깃든 호흡과 리듬은 지문과도 같아서 작가 본인만이 알아 볼 수 있다”며 직접 그림을 그린 ‘작가의 직관’을 강조해왔다. 작가의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경찰은 민간감정기관 전문가들의 ‘안목감정’과 국과수의 ‘과학감정’을 근거로 들며 “이 화백이 평소 쓰지 않는 원료인 유리가루가 압수품에서 검출됐다”고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둘째는 감정 결과의 적절성 여부이다. 이 화백은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림을 그릴 때마다 재료가 달라지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진작 여부를 판단하느냐”고 토로했다. 수 백점에 달하는 진품을 대표할만한 명확한 기준 제시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경찰은 “확실한 진품으로 검증된 이 화백 작품 6점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공통된 성분이 확인됐고 이를 기준으로 위작들과 대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논란과 관련해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부분인 위작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이 화백 측과 경찰은 상이한 입장을 보였다. 13점 모두를 위작으로 결론내고 추가 위조범과 유통책을 수사 중인 경찰과 달리 이 화백 측은 “유통되지 않는 루트에 위작이 있을 수 있지만 유통되는 그림 중에 위작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쟁과는 별개로 경찰이 미술계 위작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화랑 관계자들도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경찰은 지난 3일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직접 위조한 화가 이 모 씨(39)를 구속하고 유통총책인 또다른
박우홍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이 화백 건 외에도 천경자 위작 논란, 조영남 대작 사건 등 악재가 겹쳤다”며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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