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학교 보내기 겁나요'…학생간 성폭행·성추행 매년 증가

'아이 학교 보내기 겁나요'…학생간 성폭행·성추행 매년 증가

↑ 학생간 성폭행/사진=연합뉴스

5년 만에 뒤늦게 드러난 고등학생들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우리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고 있으나 가해자들은 대학이나 직장을 다니며 평범한 생활을 해왔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서울에서 발생한 이 사건처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수사가 진행돼도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교육당국이나 수사기관이 피해 학생 보호 차원에서 공개를 꺼리기 때문입니다.

학생들간의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은 매년 늘어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음란 동영상(야동)을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 등에 그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 술 먹이고 성폭행, 후배·급우 특정 신체부위 추행

서울 도봉경찰서가 지난달 특수강간과 공동협박 등 혐의로 구속한 김모(21)씨 등 22명은 고등학생 시절인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여중생 2명에게 술을 먹이고 성폭행을 하거나 시도했고, 이를 방조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지난 4월 평소 알고 지낸 여중생을 고시원으로 불러내 술을 마시게 한 뒤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한 중학생 6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들은 생일 파티를 함께 하자며 여중생을 고시원으로 불러낸 뒤 술에 취하자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같은 달 경기 파주경찰서에는 중학교 야구부 3학년 학생이 한 살 어린 후배 5명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수차례 성추행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 9월 모 고교 운동부 학생 폭행·추행 사건과 관련해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 7명 가운데 2명을 퇴학 처분하고 5명에는 사회봉사를 하도록 했습니다.

학교 측은 자체 조사에서 2, 3학년 학생들이 1학년 학생들을 때리고 괴롭힌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일부 학생은 1학년 학생들의 신체 특정 부위에 스프레이 파스를 뿌리는 등 여러차례 성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같은 달 부산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는 뇌병변 1급 장애인 학생이 급우들로부터 성추행과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일부 학생은 플라스틱 재질의 출입증으로 A군의 신체 특정 부위를 건드리며 추행했습니다.

지난해 전북에서는 2013년 특수학교(고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교사들이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건이 교육청 재감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 날로 증가하는 학생 간 성폭력

문제는 학생 간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입니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학생 간 성폭력 발생에 따른 자치위원회 심의 건수는 2013년 8건에서 2014년 28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23건으로 주춤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2014년 40명이던 성폭력 피해 학생 수가 지난해 43명으로 늘었기 때문입니다.

도교육청은 성폭력의 유형은 밝히지 않았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어서 가해 학생에 대한 최고 수위의 처벌은 전학입니다.

따라서 2014년 전학과 퇴학 처분을 받은 28명과 지난해 전학자 17명의 상당수는 성폭행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피해자 신원 보호 필요성 때문에 자치위를 개최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전제하면 학생 간 성폭력 건수는 더 늘어났습니다.

충북의 초·중·고교생 수는 작년 현재 전국의 3.1% 수준입니다. 충북의 학생 수를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유추하면 학생 간 성폭력은 위험수위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장난 삼아 친구의 신체 특정 부위를 건드리거나 여학생의 치마를 들추는 등 과거에는 그냥 웃고 넘겼던 행위들을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도 학생 간 성폭력 심의 건수가 증가한 배경으로 보입니다.

◇ 전문가들 "처벌 강화" "야동 접근 차단" "성교육 강화"

학교 현장이 성교육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북만 해도 보건교사나 담임교사, 성 관련 교과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연간 15시간 이상의 성교육을 시킵니다. 성교육을 열심히 하지만, 아이들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다는 푸념도 나옵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음란물을 쉽게 접하고, 그것이 머리에 남다 보니 교육으로 올바른 성 가치관을 심어주기가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들은 더 적극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하숙자 청주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장은 "학생 간 성폭력이 발생하는 데는 야동의 영향이 큽니다. 어른이 만든 왜곡된 성적 표현물 등을 스마트폰으로 많이 본다"며 "어른들이 설명해 주지 않으니 행동으로 옮기고 싶은 호기심을 갖기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 소장은 "학교에서의 선제적인 성교육이 중요하다. 왜곡된 성적 표현물은 불량식품 같은 것이어서 피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며 "집에서도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고, (음란물은) 잘못된 것이라고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학교에서는 성교육과 관련해 아직도 생물학적 지식이나 해부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미 삼아, 장난 삼아 하는, 다시 말해 별 게 아닌 것으로 성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곽 교수는 "제도 강화와 함께 정보통신망에 대한 모니터링과 필터링을 잘해 아이들의 음란물 접근을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고, 어릴 때부터 양성평등 교육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벌여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김보람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학생 간 성추행이나 성폭행이 명백한 범죄행위임을 알게 하고 가벼운 사안이라도 필요에 따라서는 엄중한 징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