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축사 노예 '만득이 사건' 재조사…극도의 불안감·대인기피증 겪어
↑ 축사 노예/사진=연합뉴스 |
19년 동안 축사에서 강제노역해온 일명 '만득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피해자인 지적장애인 고모(47)씨를 15일 다시 불러 조사를 벌일 예정입니다.
청원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전날까지 극도의 불안감과 심각한 대인기피증을 보이며 자신이 겪은 피해 내용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습니다. 강제노역에 대한 경찰 조사도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전날 어머니와 19년 만에 상봉, 함께 지내면서 주변에 대한 경계감을 푼 고씨는 형사들과도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등 한결 여유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랜 기간 계속됐던 강제노역의 후유증 탓에 그동안 조사에서 경찰 질문에 '예, 아니오' 같이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며 경계감을 풀지 않았던 고씨는 낯이 익은 형사들에게 웃음을 지어 보일 정도로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가 어젯밤 어머니와 만나 함께 지내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았다"며 "고씨를 상대로 강제노역하게 된 경위나 학대를 당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오후 예정된 경찰 피해자 조사는 고씨의 심리적 안정을 도울 수 있는 사회복지사나 전문가가 입회한 상태에서 이뤄집니다.
경찰은 고씨가 안정을 회복했고, 전문가 지원까지 받게 돼 강제노역 관련 피해 진술 확보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또 강제노역과 관련된 고씨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 확보를 위해 주민들을 상대로 한 보강조사도 벌일 예정입니다.
피해자 진술과 마을 주민들의 증언을 확보한 뒤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가해지 김모(68)씨를 다시 불러 밥을 안 주고 굶기거나 때리는 등 가혹 행위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입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은 시인했지만, 가혹 행위는 없었다고 부인했습니다.
김씨는 그러나 경찰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지구대에서 이야기했던 것과는 달라 뒤늦게 가혹 행위를 은폐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가 집에서 나왔던 지난 1일에도 김씨 부부가 '소똥을 치우라고 했는데 안 치워 혼냈다'고 지구대 경찰관에게 얘기했다"며 "가끔 일하다 잘 못하면 머리를 쥐어박고 했다는 진술도 했으나 참고인 조사에서는 부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지적 장애 2급인 고씨는 1997년 집을 나가면서 가족과 소식이 끊겼습니다. 19년 가까이 행방불명 상태였던 고씨는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와 강제로 정착하게 된 김씨 부부의 집 축사 창고 쪽방에서 최근까지 생활해왔습니
김씨가 키우는 40여 마리를 키우는 강제노역에 시달려오던 그는 지난 1일 오후 9시께 주인 김씨를 피해 집을 뛰쳐나와 비를 피하려고 마을 인근 한 공장 건물 처마 밑에 들어갔다가 경보기가 울리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 노예와 같았던 19년 삶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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