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가 28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3월 5일 헌법소원이 청구된 지 1년5개월, 2012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정안을 발표해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지 4년 여만이다. 이날 결정에 따라 김영란법은 예정대로 9월 28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강일원 재판관)는 이날 오후 2시 대한변호사협회·한국기자협회·사립유치원장·사립학교장 등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마목 등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청구인들의 평등권 및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했다. 기자협회가 낸 심판청구는 “협회는 청구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심판대상 조항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한 ‘정의조항’ △부정청탁·사회상규 등 의미가 불명확한 ‘부정청탁금지조항’ △수수가능 가액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위임조항’ △배우자의 금품수수를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한 ‘신고·제재조항’ 등 4개다.
헌재는 모든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했지만 세부적인 판단은 엇갈렸다.
가장 논란이 됐던 ‘언론인·사립학교 교원 포함’ 여부는 7(합헌):2(위헌)로 합헌 의견이 앞섰다. 헌재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파급효가 커서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반면 원상회복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워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 등이 요구된다”며 “국회가 민간부문의 부패 방지를 위해 첫 단계로 교육과 언론을 선택한 것은 자의적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조항은 언론인과 취재원의 통상적 접촉 등 ‘정보의 획득’은 물론 보도와 논평 등 ‘의견의 전파’에 이르기까지 자유로운 여론 형성과정에서 언론인의 법적 권리에 어떤 제한도 하지 않는다”며 “사립학교 역시 교육의 자유나 운영의 법적 주체인 학교법인만이 향유할 수 있는 사학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수가 허용되는 액수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위임조항은 대상에 따라 판단이 엇갈렸다. 그러나 헌재는 “금액은 일률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 곤란하다”며 “사회통념을 반영하고 현실의 변화에 대응해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탄력성이 있는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배우자의 금품수수 신고를 의무화하고 어길 경우 과태료를 매기는 것은 재판관 전원이 “배우자를 통해 부정한 영향력을 끼치려는 우회통로를 차단함으로써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할 수 있다”며 합헌 결정했다. 다만 신고하지 않은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게 한 것은 “직접 금품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며 재판관 4명이 반대의견을 냈다.
부정청탁 등 용어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여러 법령에서 사용되고, 많은 판례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그 의미를 알 수 있다”며 전원 합헌 의견을 냈다.
이 법은 공직자와 언론사·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00만원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했다. 2012년 법안을 처음 제안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59·사법연수원 11기)의 이름을 따서 김영란법으로 불린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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