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에 우리 학생들에게 새롭게 각광 받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모텔'입니다. 놀라셨죠? 하지만, 놀러가는 게 아니라 공부하러 가는 겁니다. 생각보다 시설도 좋고 에어컨을 하루종일 틀어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거든요. 아이들을 모텔로 보내기 위해 엄마들은 계를 조직해 돈을 모으기도 합니다.
학생 뿐 아닙니다. 직장인들도 최고의 피서지를 모텔로 꼽고 있다네요. 집에 있는 주부들은 불을 쓰면 덥기 때문에 요리를 하지 않고 아예 시켜먹습니다. 덕분에 숙박, 배달관련 업계가 호황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바로 '전기요금' 때문입니다. 전기를 많이 쓰면 쓸수록 비싼 요금을 매기는 누진제가 무섭거든요.
지금 가정용 전기요금은 6단계로, 1단계는 시간당 1킬로와트에 요금이 60.7원이지만 6단계가 되면 709.5원으로 거의 12배가 됩니다. 때문에, 누진세를 조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거세죠. '현행 6단계를 4단계 이하로 낮추자' 아니 '아예 폐지하자' 아니면 '산업용 전기요금에도 누진제를 적용하자' 등등 말이죠.
이에 대해 정부는 '누진제를 개편하면 전력대란이 우려되고, 전기를 적게 쓰는 사람에게 요금을 많이 걷어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을 대주는 '부자감세'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과연 맞는 말일까요? 한 번 짚어보죠.
'가정용 누진제 없애면 전력을 더 많이 써서 전력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40년 전, 가정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기로 했을 때는 가정에서 쓰는 전기가 산업에서 쓰는 것보다 많았습니다. 그래서 가정에서 쓰는 전기를 아껴 기업을 살리자라는 게 말이 됐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전체 전력 사용량 중에 가정용은 불과 13%, 공공·상업용 32%, 산업용은 52%에 달합니다. 가정에서 아무리 아껴 써도 산업·상업용으로 문까지 열어놓고 에어컨을 빵빵 틀어대면 전력을 아끼는 데 큰 도움이 못 된다는 얘깁니다.
'누진제를 없애면 전기를 적게 쓰는 사람이 더 요금을 많이 내서 결국 부자감세가 될 것이다'
1998년에는 한 집당 월 평균 전기 사용량이 163kWh에 불과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누진제를 적용하면 서민 대부분이 혜택을 봤습니다. 하지만 작년, 그러니까 2015년엔 월 평균 전기 사용량이 223kWh입니다. 결국, 지금은 전 국민의 97%가 누진제로 혜택이 아닌 손해를 보고 있는 거지요.
게다가 오래된 가전 제품이 더 전기를 많이 잡아 먹는다고 하죠. 과연 부자들이 오래된 가전 제품을 쓸까요?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이 전기를 많이 먹더라도 오래된 가전제품을 바꾸지 못하고 쓰고 있지 않을까요.
시대가 변하면 법과 제도도 그에 맞게 변해야 합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이 무더운 여름 우리 국민들은 맘 편히 집에서 에어컨을 켤 수도 없게 됐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한전 직원들은 1인당 900만 원이나 드는 해외 연수를 떠났다고 하죠.
물론, 업무상 간 거겠지요. 다만, 이 더운 여름에 십시일반 돈을 모아 아이들을 모텔로 보내야 하는 엄마들의 심정도 한 번쯤은 헤아려 봐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