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음주운전 처벌강화' 외쳤지만…첫걸음부터 삐걱
↑ 사진=연합뉴스 |
검찰이 음주운전 사망사고 사건의 구형량을 대폭 높이는 등 음주 운전 처벌 강화방안을 내놨지만 정작 중요한 법원 판결의 변화는 끌어내지 못해 첫걸음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10일 수원지법 형사3단독 최우진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기소된 서모(71)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최 판사는 "피고인은 음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음에도 또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고 유족들로부터도 용서를 받지 못하고 있어 양형기준 권고형인 징역 1년∼3년의 상한선으로 형량을 정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서 씨는 지난 3월 26일 오후 12시 40분께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한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앞서가던 오토바이 운전자 한모(39) 씨를 차로 들이받고서 바닥에 넘어진 피해자를 80m가량 끌고 가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당시 서 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면허취소 수준(0.1%)을 훨씬 넘는 0.213%였습니다.
서 씨는 앞서 2013년 음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뒤, 이듬해 무면허 상태로 또 음주 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다치게 하고 다시 이번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올해 초 음주 운전 처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검찰은 서 씨 사건을 사실상 이러한 방침의 첫 사례로 다뤘습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3월 확대간부회의에서 "음주 운전 사망사고 처벌이 국민 법감정에 맞게 이뤄졌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며 구형 등 음주 운전 사건처리 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실제 업무에 반영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 총장은 당시 국민 법감정과 함께 최근 사망자 2명을 포함해 9명의 사상자를 낸 음주 운전 사고 피고인에게 징역 17년, 동승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일본 사이타마 현 재판소 등 해외 판례를 음주 운전 처벌 강화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수원지검은 지난 6월 서 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피고인 범행은 불특정 국민을 상대로 한 '동기 없는 살인'과 다름없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서 씨에게는 이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량이 선고됐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애초 검찰은 기소단계부터 만취운전에 의한 음주 사망사고는 '살인'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피고인에 대해 중형을 구형한 것"이라며 "이에 비해 법원이 선고한 형량은 너무 가벼워 항소할 예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자신이 세운 방침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라는 평가와 검찰 구형이 음주 운전 처벌 강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의견 등 이번 판결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재경 법원의 한 판사는 "이 사건 판결은 비슷한 다른 사건에서 법원이 선고해온 형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양형기준에도 벗어나지 않아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오히려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한 게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검찰이 자신들의 뜻에 따라 구형량을 높였다고 해서 법원이 무조건 이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의 음주 운전 처벌 강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과 달리 처벌하려면 양형기준 수정을 시도한다든지 하는 법원과의 사전 조율이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검찰 출신 변광호 변호인은 "검찰 구형이 판결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있어서 검찰이 일관적으로 구형을 높이면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실현
다른 검찰 출신 변호인은 "검찰이 음주 운전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이기 위해 10년을 구형한 것으로 보이지만 너무 무리한 것 같다"면서도 "검찰이 기존 구형보다 조금 상회해 구형하면서 법원을 납득시키면 중형을 유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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