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은 전직 직원에게 퇴직금 2000만원도 못 줄 정도로 재정이 바닥 났습니다. 회사에 파산을 선고해주세요”
지난 12일, 대우조선해양에 파산을 선고해달라는 신청 서류 한 통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수석부장판사 김정만)에 도착했다. 올해 6월 회사를 나온 뒤 아직까지도 퇴직금을 받지 못한 전직 직원 A씨가 “대우조선해양은 도저히 빚을 갚을 능력이 없으니 파산해야 한다”며 법원을 찾아온 것이다.
지난 2분기 4236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파산 신청이 공식 접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청서에 따르면, A씨는 2006년 1월 1일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뒤 10년 넘게 근무하다 지난 6월 23일 퇴직을 당했다. 그런데 회사가 제 때 퇴직금을 돌려주지 않자 “대우조선해양은 최소 2000만원을 지급해야 할 근로계약과 법률상의 의무가 있다”며 회사의 파산을 신청했다.
A씨 측은 “재무구조가 너무나 악화돼 회사의 존속이 불가능하고 정상적인 채무 변제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원 파산절차를 밟아 채무관계를 청산해야 더 이상의 법적 불안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이 그 동안 분식회계로 방만한 적자를 은폐하고, 경영진은 사적 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쳐온 것이 드러나고 있다”며 “비상 경영이나 공적 자금의 투입만으로 기업 체질을 개선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덧붙였다.
회사가 파산해야 하는 이유로 ▲비슷한 시기에 퇴직한 다른 임직원의 퇴직금도 주지 못하고 있는 점 ▲올해 수주 목표치의 10%에 불과한 수주 절벽에 직면해 있는 점 ▲대우조선해양을 피고로 진행 중인 소송만 15건에 달하는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 제294조 제1항은 ‘채권자라면 금액에 관계 없이 누구나 채무자의 파산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대우조선해양 채권자들이 돈을 돌려받기 위해 여러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경우 이 같은 파산 신청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퇴직금 지급소송보다 심문 등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소송 비용도 덜 들기 때문이다.
A씨 측은 대우조선해양이 이미 퇴직금 지급 불능 상태에 빠졌고, 부채가 자산을 초과했기 때문에 파산 선고가 가능한 요건을 갖췄다는 입장이다.
다만 회사가 파산절차
A씨의 법률 대리인인 민규식 법무법인 스카이 변호사(43·사법연수원 32기)는 “대우조선해양의 어려운 상황이 계속 언급되는 상황에서 당사자의 권리 행사를 위해 파산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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