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마을버스 기사들은 2년 경력을 쌓아야 시내버스로 갈 수 있다는 채용조건 때문에 열악한 처우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준공영제로 시내버스에 수천억 원대의 보조금을 주고 있는 서울시는 이런 관행을 그냥 두고 볼 뿐이었습니다.
윤범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2014년 말 서울의 한 마을버스 업체가 지급한 월 급여 대장입니다.
대부분 200만 원도 안 되는데, 그나마 입사 초기에는 100만 원을 조금 넘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근무여건도 열악합니다.
▶ 스탠딩 : 윤범기 / 기자
- "서울에 있는 소규모 마을버스 회사의 종점 중에 이런 컨테이너 휴게실이라도 있는 곳은 이곳이 거의 유일한 사례입니다."
화장실조차 없는 경우도 태반입니다.
이런 처우를 참아내면서 마을버스를 운전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전 마을버스 기사
- "경력을 채워서 시내버스로 가려고 마음 먹고 있기 때문에 불이익이 난다 그래도 봉급이 안나와도 꾹 참고…."
시내버스 회사 홈페이지의 채용 공고를 확인해봤습니다.
대부분 2년 이상의 마을버스 경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경력 2년을 채워야 시내버스 기사로 취업할 수 있는 기사들의 처지를 이용해 마을버스회사가 일종의 갑질을 하고 있는 겁니다.
시내버스 업체에 매년 2,500억 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며 사실상 준공영제로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는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서울시 관계자
- "회사 특성에 맞는 사람을 뽑는 건데 그걸 저희가 일률적으로 기준을 정한다거나 그럴 수는 없죠. 그 부분은 버스회사의 자율적인…."
승객들은 카드만 대면 환승할 수 있는 시내버스를, 기사들이 갈아타려면 2년도 넘는 갑질을 견디며 기다려야 합니다.
MBN뉴스 윤범기입니다. [ bkman96@mbn.co.kr ]
영상취재 : 최영구, 이우진 기자
영상편집 : 양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