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인원 그룹 정책본부장(69·부회장)이 26일 경기 양평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검찰 수사 일정과 계획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롯데그룹 수사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이 부회장의 사망을)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고, 명복을 빈다”며 “수사 일정 재검토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94)이 일선에서 그룹을 경영할 때부터 그를 보필하며 그룹 전반을 장악했다. 그룹 내 2인자로 불리면서 그룹 경영을 총괄했기 때문에 신동빈 회장(61) 소환 조사에 앞서 그에 대한 조사는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었다.
◆ 신동빈 불구속 기소 전망
검찰은 지난 25일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61·사장)에 이어 이날 이 부회장을 소환하고,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에 따라 신 회장에 대한 수사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방침이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이날 극단적 선택을 함에 따라 신 회장에 대한 수사 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러나 예정대로 신 회장을 소환해 지금까지 확인된 배임·횡령·조세포탈 등 롯데그룹 전반의 비리 혐의에 대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면 그를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르면 다음주로 관측되던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소환은 다소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자살로 검찰이 직접적인 책임 논란에 휩싸이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 롯데 수사, 가신 3인방 조사 7부 능선까지
이날 검찰 조사가 예정됐던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각종 경영 비리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비자금 조성과 탈세 등 롯데그룹 대주주 일가의 비리는 물론 부실 계열사 부당 지원 및 일감 몰아주기 등 그룹 차원의 비리 전반을 기획·실행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였다.
이 부회장 소환 조사는 신 회장이나 신 전 부회장이 검찰에 출석하기에 앞서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 부회장 함께 ‘가신그룹 3인방’으로 불리는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66·사장)과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61·사장)도 검찰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황 사장은 전날 검찰에 출석했다가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질 무렵까지 만하루를 꼬박 조사받고 귀가했다. 검찰은 이번주 가신 3인방 조사를 예고하며 “롯데그룹 수사가 7부 능선을 넘었다”고 지난주 밝힌 바 있다.
롯데그룹 대주주 일가는 6000억원대 탈세(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94)은 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0·구속 기소)과 셋째 부인 서미경 씨(57), 서씨의 딸 신유미 씨(33) 등 3명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차명 주식 6.2%를 불법 이전했는데, 이 과정에서 신 이사장 등이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등을 고의로 내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2)과 신유미 씨 등이 수백억원대 가장 급여를 받으며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는 혐의도 새로 포착됐다. 검찰은 이들이 여러 계열사에 등기임원이나 고문 등으로 이름만 올리고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은 채 거액을 받아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수사 초기부터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에게 여러 계열사로부터 해마다 각각 100억원·200억원씩 수상한 자금 300억원이 흘러들어간 정황도 검찰에 포착된 상태다. 검찰은 자금의 성격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하고 수사 중이지만 롯데 측은 이에 대해 “급여와 배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롯데 일가, 6000억 탈세·3500억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도 롯데그룹이 받는 핵심 의혹이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부터 2013년 일본 롯데물산을 경유해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검찰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두 회사의 거래 관계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롯데케미칼 측은 “정당한 수수료 지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2011년까지 10년 간 560억원대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혐의가 새로 포착됐다. 검찰은 최근 관련자들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벌이고 사용처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이밖에 코리아세븐·롯데정보통신·롯데닷컴 등의 롯데 계열사들은 자금난에 시달리던 롯데피에스넷을 지원하기 위해 이 회사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한 360억원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검찰은 부실 계열사 지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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