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노예' 이어 '타이어 노예'…끊이지 않는 장애인 노동 착취
↑ 타이어 노예 / 사진=MBN |
지적장애인 노동 착취·인권 유린 사건이 또 터졌습니다.
청주시 내수읍의 한 타이어가게에서 40대 지적장애인이 10년간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폭행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축사 노예' 만득이 사건과 놀라울 정도로 판박이입니다.
19년간 축사에서 고통받았던 '만득이 사건'으로 전국이 들끓은 게 불과 2개월 전인데,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또 발생한 것입니다.
충북도와 11개 시·군은 '제2의 만득이'가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며 전수조사에 나섰으나 겉핥기에 그쳤습니다.
만득이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자 도의회는 장애인 인권 개선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당리당략에 집착한 일부 도의원들 탓에 무산됐습니다.
겉만 그럴싸한 '탁상 대책'을 내놓는 관계 당국의 무관심 속에 장애인 인권 유린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입니다.
반인륜적 대우를 받는 '장애인 노예'가 전국적으로 문제 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최근 10년간만 놓고 봐도 '차고 노예', '염전노예', '축사 노예'에 이번 '타이어 노예'까지 4번째입니다.
7년 전인 2009년에 청주에서 발생한 '차고 노예' 사건은 지적장애인 학대의 전형이었습니다.
60대 이모씨가 부랑자 생활을 하는 지적장애인을 1985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차고에서 생활하게 하며 임금도 주지 않은 채 농사를 시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이씨는 자신의 집을 개축했던 2008년 8월부터 8개월간 이 장애인을 난방과 조명이 되지 않는 차고에 머무르게 했습니다.
이 장애인은 자신이 학대받는다는 것조차 모른 채 생활했고, 언론 보도로 자신의 처지가 세상에 알려진 뒤에야 이씨의 악마와 같은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전남 신안군에서 터졌던 '염전 노예' 사건의 실상은 이보다 더 처참합니다.
5년 2개월간 수탈을 당하다가 지난 2014년 어머니에게 편지로 구출을 요청한 지적장애인 채모씨 사건이 사회에 알려지면서 밝혀진 '염전 노예' 사건의 피해자는 무려 92명에 달했습니다.
염전 주인들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임금을 떼어먹는가 하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에게 가혹 행위를 했습니다.
2개월 전 청주에서 발생한 '축사 노예' 역시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한 임금 착취 및 폭행 사건입니다.
장소만 다를 뿐 지적장애인의 지능이 낮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악용, 노예처럼 부렸다는 게 다른 사건과의 공통점입니다.
'만득이'로 불렸던 40대 고모씨는 악취가 진동하는 축사 옆 쪽방에서 생활하면서 19년 간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소 40∼100여 마리를 관리하거나 밭일을 하는 등 무임금 강제노역에 시달렸습니다.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밥을 얻어먹지 못하거나 매를 맞았습니다.
고씨에게 19년간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킨 60대 농장주 부부는 모두 기소돼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언어 소통도 제대로 못 하는 지적장애인을 학대한 죗값을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큽니다.
청주 청원경찰서가 12일 불구속 입건한 변모(64)씨도 40대 지적장애인을 10년 동안 컨테이너에서 살게 하며 학대했습니다.
이 장애인도 한 푼의 임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비 2천400만원마저 변씨의 부인에게 착취당했습니다.
게다가 변씨는 이 장애인이 거짓말을 하거나 일을 제대로 못 한다며 '거짓말 정신봉' '인간 제조기'라는 글자를 써놓은 몽둥이를 만들어 상습 구타했습니다.
'만득이 사건' 이후 충북도와 도내 11개 시·군의 전수조사가 이뤄지는 데도 뻔뻔하게 이 장애인에 대한 착취와 학대를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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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되풀이되는 관계 당국의 전수조사보다는 심층 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장애인 인권실태 조사도 주기적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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