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과 19일, 두 차례 강진을 겪은 지역 주민들이 한 말입니다. 그만큼 지진은 당장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시급한 문제라는 거죠.
해외 안전 매뉴얼을 찾아보고, 약품과 비상식량이 든 생존 배낭을 싸는 동안 국민들이 느꼈을 공포…. 국민들은 이렇게 다급한데, 정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19일 규모 4.5의 지진이 또 일어났을 때에도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먹통이었고 긴급 재난 문자도 여전히 하세월이었죠.
순간 접속자가 많아 그런거라며 홈페이지 용량을 80배 늘렸다고 했고, 재난 문자도 발송도 3분 이내로 앞당기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더 늦어졌습니다. 그러니 이런 말이 나올 수 밖에요.
문제는, 절차와 보고 때문입니다.
먼저, 기상청에서 지진 발생 위치와 규모를 파악해 국민안전처에 통보하는 데 4~5분이 걸립니다. 그리고 국민안전처에서 발생 지역을 선정해 문자를 보내기까지 또 3~4분이 걸립니다.
결국 아무리 빨라도 7~9분이 지나야 재난문자를 받을 수 있다는건데, 이 시간이면 집과 건물은 물론 인명피해도 다 발생한 후지요? 이 때는 이미 대비가 아닌 구호를 시작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2년 전, 재난 안전의 컨트롤 타워로 세워진 국민안전처는 그간 재난과 안전에 대한 대비를 한 게 아니라 절차와 보고체계를 만들고 있었나 봅니다.
이런 곳에 올해도 3조 2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이고 1만 명이 넘는 인력을 동원하고 있는 거죠. 그 임무도 막중하니, 책임자도 장관급으로 올렸겠죠.
일본에선 지진이 발생하면 4~20초 이내에 기상청에서 자동으로 문자를 보내고, 미국도 40초 이내에 문자를 발송하도록 돼 있습니다.
우리도 뒤늦게나마 긴급 재난 문자메시지를 10초 이내에 기상청에서 바로 발송하도록 개선하기로 했습니다만, 문자가 다가 아니죠.
일본은 첨단 지진분석 시스템을 이용해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방송과 문자메시지로 예보를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전 대비시스템은 더 빈틈없이 가동됩니다.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단 3.7초 만에 TV에 경보가 떴고, 정부도 곧바로 '지진 체제'에 돌입, 현장엔 바로 자위대와 소방관·경찰이 투입됐습니다. 이 모든 게 1시간 안에 이뤄졌죠.
예보까진 바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매년 세계적으로 규모 3 이상의 지진이 10만 건 이상씩 발생하고,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규모 5 이상의 지진도 연간 1,000건 넘게 일어나는 지금, 적어도 대비는 철저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12일 강진이 일어난 뒤에 제가 드린 말은 '천만다행' 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천만다행으로 아직까지 큰 피해는 없어보입니다만, 진짜 천만다행인 건 두 번이나 극심한 공포를 겪었음에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정부에 대해 아직은, 아직까지는 국민들이 크게 분노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의 핵보다 무서운 게 지진이라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건 이 나라가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거란 믿음입니다.
국민들은 아직은 그 믿음을 갖고 있는데 혹시 정부는 국가의 최우선 의무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거란 걸 잊지는 않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