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을 통해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더라도 무속인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김성대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A씨가 2009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총 9차례 자신이 운영하는 점집을 찾아온 의뢰인들에게 총 2억6440만원을 받고도 실제로 굿을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1심이 “A씨가 실제로 굿을 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했다.
1심 공소장은 ‘A씨가 돈을 받더라도 굿을 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며 이 부분에 사기혐의를 적용했지만 2심에서는 ‘설령 굿을 했더라도 원하는 바를 이뤄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추가했다.
검찰은 또 “A씨가 객관적·실질적 효험이 없는 굿을 마치 효험이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속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는 의뢰인들에게 “굿을 하지 않으면 부모님이 올해 사망할 수 있다”, “삼신할머니한테 아이를 점지받는 굿을 하라”며 굿을 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굿은 논리의 범주보다 영혼·귀신 등 정신적이고 신비적인 세계를 전제로 성립된 것”이라며 “의뢰인이 어떤 결과 달성을 요구하기보다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판단했다.
또 “어떤 목적 달성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라도 무속인이 그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무속 행위를 행했다면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의뢰인을 기망했다고 보기 어렵
다만 재판부는 “무속인이 진실로 무속 행위를 할 의사가 없고 자신도 믿지 않으면서도 효과가 있는 것처럼 가장한 경우,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나 재산상 이익만을 목적으로 무속 행위를 가장해 의뢰인을 기망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이명주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