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장애인의 노동력을 부당하게 착취해 온 업주와 양아들의 월급을 착복해 온 양어머니가 검거됐다. 지적 장애인에게 19년간 강제노역을 시킨 ‘만득이 사건’의 축소판이 서울 시내 한 복판에서 벌어진 것이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23일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장애인 노동력을 착취한 업주 차 모씨(48)와 수년간 양아들의 임금을 가로채 온 양어머니 김 모씨(59)를 각각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와 횡령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7월 차 씨는 양어머니 김 씨와 구두로 매월 80만원과 숙식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지적장애 3급인 김 씨(45)를 고용해 서울 시내 24시간 중식당에서 일을 시켜왔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1~2시까지 허드렛일을 하며 업소 내 식탁과 식탁 사이에서 새우잠을 자왔다. 이 과정에서 차 씨는 수시로 김 씨를 깨워 일을 시키는 등 부당하게 노동력을 착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해당 업소에서 올해 9월까지 5년간 일해 왔고 평균 100만원의 월급을 받았다. 이 기간 동안 김 씨가 벌어들인 돈은 6000여 만 원이었지만 월급 대부분은 양어머니 김 씨의 손으로 넘어갔다. 김 씨는 양아들이 벌어 온 돈을 자신의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적 장애인인 김 씨의 열악한 처지는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의 신고로 세상에 드러났다.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는 ‘장애인이 중국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월급도 받지 못하고 아침부터 새벽까지 일을 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해당 현장을 확인한 뒤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 조사 이후 업주 차 씨와 양어머니 김 씨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피해자 김 씨는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경찰에서는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약자들을 괴롭히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등 불법행위자들을 단속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를 적극적으로 단속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민생침해 범죄를 척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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