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같은 나이에도 지원해도 될까요.” 지난 8월 서울대 약대 단대 사무실로 굵직한 중년 남성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굴지의 대기업 S사에 다니는 40대초임 간부 라고 소개한 남성은 수개월간 입시준비를 해왔다며 ‘나이’가 면접 등에서 감점 요인이 되지 않을까 불안해 하며 입시요강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수년 전에는 서울대에 재직 중인 모 교수가 은퇴를 앞두고 서울대 약대에 지원하고 싶다며 나이가 많아도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을 통해 약대에 진학할 수 있는지 자격 요건을 문의하기도 했다.
해당 교수는 실제로 은퇴 1년 전에 서울대 약대에 지원 했고 PEET 점수가 낮아 최종적으로는 입학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약대 관계자는 “약대 입시가 편입으로 바뀐 이후에 약대는 연구의 장이 아니라 직업훈련학교로 전락한 지 오래”라며 “약학분야 연구개발(R&D) 인력이 줄고 입시를 위한 사회적 비용만 증가하는 현 상황을 보여준다”고 씁쓸해했다.
5일 서울대 약학대학이 3학년 편입생을 모집하는 현행 신입생 선발 제도를 포기하는 대신 고졸 신입생(1학년)을 선발하는 새 학제·입시안에 대한 협조 요청서를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매일경제 취재 결과 확인됐다. 그동안 한국약학교육협의회(약교협)가 이같은 의견을 내부검토하고 비공식 회의 등을 통해 교육부에 의견을 전달했지만 공식문건을 통해 정식으로 건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약대 관계자는 “기존 편입학제(2+4년제)에서 통합형 6년제로의 개편을 요청하는 ‘약대 학제 개편 협조 요청’ 공문을 교육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약대는 교육부에 제출한 ‘약대 학제 개편 협조 요청’ 공문에서 “편입학제 시행 이후 이공계 등 인접학문 분야의 정상적인 학사 운영에 심각한 폐해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전문 인력 양성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입시제도 변경 요청 배경을 밝혔다.
약대 입시제도는 지난 2009년 기존 4년제에서 6년제(2+4년제)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전국 약대들은 2009~2010학번 신입생을 받지 않았다. 2011년부터는 학부 2학년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 가운데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성적 우수자를 3학년 편입생으로 선발하고 있다.
서울대 약대가 지난 8년간 중단했던 고졸신입생 재선발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타 대학 약대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약학교육협의회와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도 공동 의견서를 통해 “대학 2학년 이상을 수료한 약대 편입학 지원자가 늘어나 약대입문시험(PEET) 경쟁률이 10대 1에 육박하는 등 입시과열 양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매년 1만5000여명의 재수생이 누적되는 폐해가 생기는 등 사회적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들은 “자연과학계열 학생의 약대 편입학 지원 비율이 높아지면서 학사운영에 심각한 저해를 받고 있다”며 “2+4학제의 모순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으며 단순 6년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서울대 약대의 입시개편안을 지지했다.
교육부도 문제점을 인식하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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