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침해 논란을 빚었던 근로자이사제가 올해 안에 서울메트로 등 서울시 13개 산하기관에 본격 도입된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이 투표로 뽑는 1~2인의 근로자가 비상임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정부와 재계는 구조개혁 차질과 민간기업 확산 등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지만 현행 법령상 막을 방법이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14일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공포된 ‘서울특별시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 시행을 위해 서울시 산하 13개 공공기관에서 순차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내달부터 근로자이사 선발 절차에 들어가고 12월부터는 근로자이사들이 본격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근로자이사제는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비상임 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석해 경영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이사회에서 발언권도 가진다.
직원 수가 100인이 넘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시설관리공단, 주택도시공사 등 13곳은 반드시 근로자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이사 정수는 직원 300인 이상이면 2명, 300인 미만이면 1명이다. 근로자들이 투표로 정수의 2배를 선출하고 시장이 1명을 선택해 최종 선임한다.
1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면 근로자이사가 되거나 선거에서 투표할 자격이 부여된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시간제, 기간제 등 고용형태를 가리지 않고 모두 참여할 수 있다.
근로자이사제는 정부와 재계에서 반대해온 만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성과연봉제 등 정부가 도입하려는 각종 개혁이 이사회에서 막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 관계자는 “경영 관련 정보를 노동자이사가 모두 알게 되면 근로자에게는 불리하지만 꼭 필요한 구조개혁 등은 영영 어려줘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에서는 경영과 관련한 내밀한 정보가 이사회 밖으로 새어 나갈 수 있는 부분을 문제삼는다. 노조측에 알려지면 조직의 의사결정이 왜곡되고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조직의 장기적 성장과 소비자 권익 향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근로자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근로자의 권익향상에만 몰두하게 되면 장기적 성장이나 신규고용에도 악영향을 줄텐데, 앞으로 민간에도 확산요구가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제동을 걸 방법이 없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 법령상 서울시가 조례로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면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용부에서도 주시하고 있지만 법 개정 사안이라 마땅한 대안도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서울시 추진 근로자이사제 개요>
▲개념: 노조 대변하는 1~2명의 비상임이사 선임.
▲선임 방식: 노동자 투표로 정수의 2배 선출,
▲도입 근거: 서울특별시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
▲대상: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중 임직원 100인 이상 기관에는 의무. 나머지는 선택 사항
▲근로자이사 권한: 이사회에서의 발언권. 경영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권한.
▲도입 시기: 올 12월부터 도입.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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