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울산 관광버스 화재 사고와 관련해 창문이 열리지 않는 ‘통유리’ 버스라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인명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네티즌들은 통유리를 이참에 과거 개폐형으로 다시 바꿔야한다는 의견과 현행대로 유지해야한다는 의견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14일 경찰과 생존자 등에 따르면 버스는 오른쪽에 있는 콘크리트 분리대를 들이받으며 200m 가량을 진행하다 그대로 멈춰 섰다. 차에 불이 붙었지만 차문이 분리대에 막혀 아무도 문을 열지 못했다.
승객들은 운전석 쪽 창문을 깨고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차 안의 전등이 다 꺼진 데다 삽시간에 연기가 가득 차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운전기사 이 모씨(48)가 먼저 소화기로 운전석 뒷자리의 유리를 깨고 탈출했다. 승객들은 그 뒤를 이어 빠져 나오기 시작했으나 탑승자 중 10명이 탈출했을 무렵 불길이 거세져 버스 뒤쪽에 있던 승객 10명은 탈출 기회를 아예 놓치고 말았다.
현행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승차정원 16인 이상의 자동차는 차체 좌측 뒤쪽이나 뒷면에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 버스 오른쪽 앞 출입문이 막힐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비상구 설치규정에도 불구하고 버스 내 강화유리로 된 창문이 있는 경우에는 비상구를 설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예외규정이 존재한다.
버스 제조회사들은 이를 근거로 별도의 비상구를 만들지 않고 창문 1~2개만 만들어 비상구 설치 규정을 피하고 있다. 특히 최근 생산되는 버스의 경우에는 연료효율, 소음 방지 등을 이유로 창문을 열지 못하게 ‘통유리’로 창문을 제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통유리 창문의 경우 화재나 교통사고 등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더 큰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 교통사고 화재의 원인은 ‘연료누수’ 혹은 ‘차량 내 전선의 합선’으로 운전석 부근에서 발생한다.
이에 따라 화재가 차체 앞부분에서 시작될 경우‘‘통유리’ 관광버스의 승객들은 유일한 탈출구인 출입문이 전소해 꼼짝없이 버스 안에 갇히게 되기 때문이다.
통유리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보기에 좋은 것보다 안전이 우선이 돼야 한다”, “모든 관광버스에 수동개폐식 창문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어떨까. 비상시 손으로 열 수 있는 구조라면 보다 안전하지 않을까”, “상식적으로 화재 발생시 망치를 찾고 유리를 깨고 나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통유리를 없애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반대로 연료효율, 소음 방지 등을 이유로 창문을 열지 못하게 통유리 창문을 옹호하는
이들은 “관광버스들은 100km이상 고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통유리 창문을 달지 않으면 소음에 힘들다”, “고속도로 주행 시 탑승객이 캔이나 쓰레기를 창문 밖으로 버린다면 이것은 또 다른 사고를 유발할 것“이라며 통유리 창문을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
[디지털뉴스국 서정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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