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가로, 세로 각 19줄 위 바둑판에서 벌어진 세기의 대결에 이목이 쏠렸다.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 전문가들은 이 9단의 승리를 점쳤으나 알파고는 다섯 판 중 네 판을 이겼다. 먼 미래의 일인 줄로만 알았던 인공지능이 현실 세계 속으로 파고든 순간이었다.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인간의 삶도 점차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인공지능이 뛰어난 업무처리 능력으로 판사를 대신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원고와 피고가 합의해 인공지능을 재판에 도입하면, 방대한 분량의 기존 판례를 단시간에 검토·분석해 판결에 드는 소요 시간과 인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의 인공지능 활용은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에선 인공지능 변호사가 과거 판결문과 소장을 분석해 승소 확률을 제시하고, 미국의 한 IT업체가 개발한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는 대형 로펌에 취직했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2030년까지 판사라는 직업이 인공지능에 밀려 사라질 확률이 40%라고 분석했다.
인간의 법률적인 다툼을 기계에 맡겨도 되는 것일까. 세계적인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제법률심포지엄 앞두고 열린 공동인터뷰에서 인공지능 판사가 가진 가능성과 한계 등을 분석했다.
오렌 에치오니 미국 앨런 인공지능연구소장은 법조인들의 지연·학연·혈연 등 주관적 관계에 따른 부적절한 판단과 비리에 대해 “AI 도입으로 사건 처리과정이 투명해지고 인간 본성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영향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로만 얌폴스키 미국 루이빌대 교수는 “인종·성·사회 이슈에 따라 입력되는 데이터 자체에 편견이 내재해 있다면 AI도 편견을 가질 수 있다”며 “특정 기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AI 프로그램이 특정 판결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두 전문가는 인공지능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 미래를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에치오니 소장은 “판사는 판결을 내리기 전 상황에 대한 공감을 기초로 하고 있고, 판결에는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얌폴스키 교수도 “판사는 ‘인간을 우선시하는 성향’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리걸테크(Legaltech) 스타트업 투자는 2011년 9140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9200만 달러로 3배가량 커졌다. 전자청구, 법률사무관리 등 법률서비스 소프트웨어 시장은 지난해 38억2800만 달러 규모였고, 2019년까지 57억63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리걸테크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한국에서도 리걸테크를 통한 법률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누리꾼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 판사가 간단한 법률 판단부터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까지 공정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판결이라는 것은 결국에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AI로 하면 공평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술력을 확보하길 바란다”(아이디 anch****), “대한민국은 알파고 검·판사 임용에 심각한 고민을 할 때가 된 것 같다”(mk11****), “인간 판사보다 나을 것이다. 비용절감에 객관적 신뢰도까지”(remi****)고 전했다.
반면, 인간의 도덕적인 판단 기준까지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도 있다.
“인공지능을 조작하려는 사람들
[디지털뉴스국 한인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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