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의 전 임원이 서울 시내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철거전문업체 대표에게서 거액의 금품과 향응을 받아온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21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설법 위반 등 혐의로 현대산업개발 전 임원 김모(56)씨를 구속하고, 김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철거업체 대표 고모(54)씨 등 총 3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경찰이 검거한 일당 가운데는 이 건설사로부터 금품을 받고 현대산업개발을 재건축 시공업체로 선정되도록 한 재건축조합 대의원도 다수 포함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9년 12월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재건축 시공업체 선정을 앞두고 고씨에게 “우리가 시공사가 되면 철거공사도 주고 공사비도 올려주겠다”며 “총알이 떨어졌으니 돈 있으면 긁어모아 달라”고 뇌물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고씨는 “철거업체로 선정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지난 2014년 5월까지 김씨에게 현금 7억3000만원과 골프 접대, 마사지 등 총 7억5000여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씨는 고씨에게 뇌물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해당 재건축 사업을 관할하는 재건축 조합원과 대의원들에게 대량으로 금품을 뿌려 시공업체로 선정해 달라는 청탁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현대산업개발이 이들에게 살포한 금품은 현금 3억7000만원과 냉장고 등 가전제품 2억5900만원어치 등 총 6억2900만원 상당이다. 김씨는 회사가 조합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과 같은 건설사들이 재건축 시공사에 선정되기 위해 쓰는 홍보비와 재건축 조합측에 금품을 살포하기 위해 쓰는 로비 자금
경찰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진행했던 다른 재건축 현장에서도 불법 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회사가 시공권을 수주한 다른 아파트 재건축 사례로도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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