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故백남기 부검영장 강제집행 중단…"이틀동안 다시 검토할 것"

경찰, 故백남기 부검영장 강제집행 중단…"이틀동안 다시 검토할 것"

↑ 故백남기 부검영장 강제집행 /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23일 오전 고(故) 백남기(69) 농민의 시신 부검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유족 측 반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 백남기 투쟁본부 측에 부검영장(압수수색 검증 영장) 집행 방침을 통보했습니다. 이어 오전 10시께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형사들을 대동하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영장 집행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투쟁본부위와 야당 의원들의 중재에 경찰은 결국 내부 논의를 거쳐 "유족이 직접 만나 부검 반대 의사를 밝히면 오늘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변호인을 통해 유족 측에 전달했습니다.

유족은 부검에 반대하며, 경찰과 접촉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재확인했습니다.

백남기씨 딸 도라지씨는 "자꾸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를 못 치르게 하는 경찰을 만나고 싶겠나"라며 "부검영장을 강제집행하려는 꼼수로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씨는 "우리가 선임한 법률대리인을 만나는 것이나 우리 가족을 만나는 것이나 똑같다"며 "더는 가족을 괴롭히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유족 뜻을 받아들여 이날은 영장 집행을 중단하고 철수했습니다.

홍완선 종로서장은 철수 전 기자들에게 "유족을 만나 충분히 협의하고자 했다"며 "오늘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직접 만나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홍 서장은 24일 다시 영장 집행이나 협의를 시도할지를 묻자 "아직 (영장 집행 시한까지) 이틀 남았는데 그 부분은 다시 검토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습니다.

이날은 백씨가 사망한 지 29일째이며, 경찰이 9월 28일 발부받은 부검영장 집행 시한(10월 25일) 이틀 전입니다.

경찰은 조건부 영장을 발부받은 후 6차례에 걸쳐 유족과 투쟁본부에 부검 관련 협의를 요청했으나 유족과 투쟁본부는 "부검을 전제로 한 협의는 할 수 없다"며 거부해 왔습니다.

경찰은 이날 투쟁본부와 유족 등 다수 인원이 장례식장을 지키는 상황에서 실제 물리력을 사용해 집행할 경우 대규모 충돌이 벌어져 자칫하면 불상사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판단에 이날 강제집행을 중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