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3년(광해군 5년) 간행된 동의보감 초간본 |
우여곡절끝에 이번에 경찰이 회수한 도난 문화재중에 포함돼 있던 동의보감 초간본은 그야말로 국보급이다. 1613년(광해군 5년) 처음으로 간행됐으며 1질이 25권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경찰이 찾아낸 초간본은 이때 발행한 의서 중 하나다. 당시 같이 발행된 초본 3질은 국보 319-1호, 319-2호, 319-3호로 지정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대명률은 중국 명나라의 형률 서적으로 이번에 회수된 판본은 조선 초기에 간행된 대명률 직해 원문본이다. 이 문헌은 명나라 대명률 3차 편찬 시기인 1389년(홍무 22년)본을 판각해 인쇄한 것으로 현재 중국에 남아있는 최종본 대명률(1397년) 보다 8년 앞서는 귀중한 자료다.
3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국의 고택과 사찰에서 문화재를 훔친 도굴꾼 설모(59)씨와 문화재 절도범 김모(57)씨, 훔친 문화재를 사들인 사립박물관장 김모(67)씨, 매매업자 이모(60)씨 등 18명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동의보감 초간본은 1999년 이전에 장물업자가 경상도 울진에서 포항까지 고택을 뒤지며 훔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여러 장물 업자의 손을 거치다 2001년 7월 28일 국내 한 유명 사찰에 기증됐다. 당시 사찰은 승려 출신 문화재 매매업자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찰 관계자를 대상으로 소장 경위와 장물 사전 인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가격대 산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희귀성을 지닌 대명률이지만 절도범 사이에 수만 원~10만원대에 거래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사립박물관장 김 씨가 2012년 한 장물업자에게 1500만원을 주고 구입한 뒤 조상대대로 물려 받은 것이라고 속여 올해 7월 보물지정까지 받았다.
절도범에 수난을 당한 문화재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경찰이 회수한 3808점은 전적류(고서) 2758점, 도자기류 312점, 서예류 106점, 공예류 137점, 회화류 495점 등이었다.
삼국시대 도기, 고려시대 청자, 독립운동가 이상화 시인 일가 유물 등도 즐비했다. 회수한 문화재 중 일부는 고의 훼손이 확인됐다. 동의보감의 경우 내사기(궁에서 누구에게 하사한다는 기록) 부분이 오려져 있는 등 25권 대부분이 훼손됐고, 대명률도 원 소유자와 소유과정을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 책의 앞,
경찰 관계자는 “문화재 절도범이나 이를 매입한 장물범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공소시효가 지날때 까지 장물을 수년에서 수십년 동안 숨긴 뒤 장물시장에 내놔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회수한 문화재는 모두 장물이기 때문에 국가 재산으로 귀속시켰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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