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귀국에 KT 촉각…신생회사 광고 몰아주기 의혹
↑ 차은택 귀국 / 사진=MBN |
비선 실세로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차은택씨가 입국하면서 인사와 이권 사업에서 연루설에 휩싸인 KT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차은택씨에게 광고 몰아주기 의혹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난 2∼9월 공개된 KT 영상 광고 24편 중 차은택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광고는 11편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6편은 차 씨의 제작사 아프리카픽쳐스가 맡았고, 5편은 차 씨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불거진 광고 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가 수주했습니다. 플레이그라운드 김홍탁 대표는 차 씨의 측근으로 알려졌습니다.
광고업계에서는 신생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가 KT 광고를 잇달아 따낸 것을 두고 의문을 제기합니다. 지난해 설립된 플레이그라운드는 KT 광고 외에 현대차그룹 광고 6건도 수주했습니다.
KT는 김홍탁 대표가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데다 정식 입찰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신생 회사가 대기업 광고를 따내는 것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입니다.
차씨와 KT의 인적 고리가 광고 수주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KT의 이동수 IMC마케팅부문 전무는 차씨와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전무는 차씨가 몸담았던 광고제작사 영상인에서 1993년 1년간 함께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영상인의 당시 대표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습니다.
이동수 전무는 차씨가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에 오르기 두 달 전인 지난해 2월 KT에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입사한 뒤 그해 11월 마케팅 부문을 총괄하는 IMC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 전무의 채용에 안종범 전 청와대정책조정수석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KT는 "이동수 전무가 30년 경력의 검증된 광고 전문가로서 인재 경영 방침에 따라 영입했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KT 관계자는 그러나 안종범 수석이 황창규 회장에게 전화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부인하지 않으면서 "검찰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 말하기 곤란하다"며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해 뒷맛을 남기고 있습니다.
KT는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소유 회사 더블루K, 최씨의 딸 정유라씨 지원 의혹을 받는 한국마사회와의 관계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더블루K와 KT경제경영연구소는 사업방향이 맞지 않는다며 무산되긴 했지만 지난 3월 스포츠 발전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KT는 이어 7월 한국마사회와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습니다. KT와 마사회는 앞서 2014년 4월 마케팅 홍보 방안을 논의했지만, 타당성이 적다는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KT 새 노조는 전날 입장 자료를 내고 "KT가 '통신 본원적 경쟁'이라는 지금까지의 경영 기조와는 무관하게 난데없이 말 관리 산업에 뛰어들었다"며 "해당 사업에 투자하게 된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KT는 비선 실세 의혹과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한 '주인 없는 회사'라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또 황창규 KT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을 기대하는 상황이어서 정부 쪽 입김에 약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KT는 '최순실 사태'로 논란이 되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각각 11억원과 7억원 등 18억원을 출연해, 출연금이 전체 기업 중 13번째로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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