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앞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결과를 지켜본 전 세계인은 놀랐습니다. 브렉시트가 결정됐고 전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을 쳤지요.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사태는 금세 진정됐습니다. 의회는 사태 수습을 위해 똘똘 뭉쳤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했지요. 또, 브렉시트를 반대하며 잔류를 주장했던 테리사 메이 전 내무장관을 신임 영국 총리로 뽑고, 사태수습의 전권을 맡겼습니다.
메이 총리는 찬성과 반대파를 고루 기용해 별다른 잡음 없이 정권을 교체하며 한 달 여만에 영국을 안정시켰습니다.
국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의회의 단합', 이것이 해법이었지요.
대한민국은 어떤가요?
어제 야 3당 대표는 박 대통령의 총리직 국회 선출 제안에 대한 논의를 했습니다. 결론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2선 후퇴를 선언하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며 12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하기로 했죠.
새누리당은 어떤가요?
비박계는 새로운 보수가 모여서 새로운 정당을 다시 세우자, 친박계는 지도부 사퇴를 반대하고 버티며, 재선그룹을 중심으로 또 다른 모임을 결성할 분위기를 보이고 있죠.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져야할 판에 당이 해체되든 말든 '나만 살면 된다'는 겁니다.
수세에 몰렸다가 총리 추천의 공을 국회에 던지고 온 대통령은 국회가 총리 후보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민들은 답답합니다.
지금 이 모습이 국가의 위기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건지 누구에게든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이렇게 헤메고 있는 사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의 대통령이 됐지요.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다', '더 많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을 요구할 것이다' 등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지만 청와대는 리더십 공백사태, 정치권은 우왕좌왕하면서 내우외환의 상황만 만들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정파와 계파 이익을 찾기에 앞서 '국정수습 특별위원회'라도 만들어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대안과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미국 대선은 우리에게 숨어있는 '국민의 힘'의 위대함을 보여줬습니다. 잘난 체 하면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던 주류들을 비주류들이 몰아냈습니다.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 SNS를 멀리 하고, 여론조사에 불참하고, 자신의 생각에 대해 떠들지 않은, 침묵하는 다수의 힘이었지요.
국민과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내지 못한다면 정치권은 존재의 가치가 없습니다. '민의'를 읽지 못한다면 주류가 이끌어온 사회를 비주류가 몰아낸 미국 대선이 주는 교훈을 우리 정치권도 남의 일로만 볼 수는 없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