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리먼브라더스 상대 1300억원 소송 승소

금호산업이 리먼브라더스 유럽법인이 낸 1300억원 규모 풋옵션 대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이수영)는 리먼브라더스인터내셔날(유럽)이 금호산업을 상대로 “대우건설 인수자금과 관련한 풋옵션 대금 1287억원을 지급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리먼은 2006년 12월 금호산업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약 2400억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당시 맺은 주주간 계약에 따라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하게 됐다. 대우건설 주식을 주당 2만6262원에 사서 훨씬 비싼 3만2500원에 되팔 수 있는 계약이었다. 풋옵션이란 FI가 투자 위험을 낮추기 위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전략적투자자(SI)에게 주식이나 채권을 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그러나 이후 2010년 금호산업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FI 모두 막대한 손실을 입어야 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금융기관들은 ‘풋옵션 채권’ 처리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고,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주식을 인수가보다 낮은 주당 1만8000원에 사주기로 약속했다. 나머지 금액은 금호산업 채권으로 전환했다가 주식으로 다시 출자전환했다.
이 때 리먼은 산은이 지분을 인수해주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리먼은 이에 2010년 1월 풋옵션을 행사했으나 산업은행이 주식 인수를 이행하지 않고 대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며 “원금 보전하라”는 소송을 냈다.
반면 금호산업은 리먼이 2010년 3월 풋옵션 채권 처리에 관한 동의서를 제출했고, 이미 일부가 금호산업 주식으로 출자전환됐다며 맞섰다. 법원은 김앤장이 대리하는 금호산업의 손을 들어줬다.
리먼은 이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외국도산절차까지 신청해 지난달 11일 승인받은 바 있다. 당시 리먼이 신청한 영국인 줄리안 가이 파(Julian Guy Parr)가 유럽법인 관리인으로 대표성을 인정받았으나, 결국 소송에선 대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김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