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엘시티 사업 과정에서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이영복(66) 회장은 부산지역에서는 정관계 인맥을 바탕으로 각종 로비에 뛰어난 인사로 알려져 있다.
씀씀이가 크면서도 입이 무거워 ‘의리의 이영복’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례로 호텔 식당이나 고급 음식점 등에서 조금이라도 안면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묻지도 않고 먼저 식사값을 치르게 다반사였다.
부산지역에서는 힘깨나 쓰는 사람 중 이 회장에게 ‘식사대접’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회자된다.
특히 주요 사업추진을 위한 안전판으로 정·관계와 사정기관 등을 상대로 통 큰 로비를 벌여왔다는게 정설이어서 검찰에 신병이 확보된 이 회장이 입에 세간의 지대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검찰이 수사중인 부산 엘시티 정관계 로비의혹과 관련해 “이영복은 10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전직 부산시장을 비롯한 공무원과 검찰 관계자, 여야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설이 파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영복 엘시티 회장의 계산과 검찰의 계산은 최순실 사건이 시끄러울 때 여기 묻어서 해결하자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 회장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 전국적으로 주목받은 부산 다대·만덕지구 택지전환 특혜의혹 사건부터이다.
당시 동방주택 사장이던 이씨는 부산 사하구 다대동 임야를 사들인 뒤 이 땅을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주거용지로 용도변경하면서 10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겼다.
당시 원형 보존을 해야 하는 임야가 하루아침에 택지로 바뀐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설과 압력설 등이 난무했다.
이로인해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이 회장은 수배령이 떨어진 1999년 도피해 2년간 행적을 감췄다.
2년 만에 자수한 이 회장은 특혜의혹 대부분을 부인하고 횡령 등 일부 혐의만 인정,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당시 부산시 최고위층 인사와 정치권 인사 여러 명이 이 회장 비리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지만 관련 의혹을 대부분 부인한 이 회장은 이때부터 ‘입이 무거운’ 사업가로 이름을 알렸다.
자신이 건립한 해운대해수욕장 앞 오션타워 오피스텔을 거점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이씨는 부산지역 최대의 부동산개발사업으로 꼽히는 해운대관광리조트사업 즉, 엘시티 개발사업권을 따냈다.
해운대 오션타워는 1990년대와 2000년대 부산에서 유명한 고급 주점이 있던 곳이다.
이 회장은 이 곳을 중심으로 지역 유력인사와 정치권, 경제계, 검·경 등 각계 각층의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혼외자 문제로 물의를 빚어 결국 검찰총장직을 사임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도 연루됐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알려진 A씨가 오션타워 최상층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과정에서 채 전 총장을 만나 내연관계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회장이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하지 않았냐는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다.
당시 채 전 총장은 해운대를 관할하는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근무할 때였다.
이 회장이 사업권을 딴 해운대관광리조트사업은 해운대 극동호텔 부지와 인근 국방부 부지를 포함해 시작했으나 인접한 옛 한국콘토부지까지 포함하면서 2조7000억원대의 초대형 개발사업으로 확대된다.
이후 해운대관광리조트사업은 명칭을 엘시티 개발사업으로 바꾸고, 도시계획을 변경해 건축제한을 푼데 이어 당초 예정에 없던 주거시설까지 대거 포함하는 등 일사천리로 사업이 진행됐다.
사업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한 점이나 교통영향평가를 허술하게 받은 점, 사업부지 인근으로
이 회장은 또 ‘국정농단’의 장본인인 최순실(60)씨가 운영하던 계에 매월 1000만원이 넘는 곗돈을 넣었던 사실이 드러나 다양한 인맥에 주변을 다시 한번 놀라게 만들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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