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 중인 베트남인 부부 사이에서 갓 태어난 딸 아이가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4년 전 한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전해졌는데요.
당시 한국말도 서툰 이들 부부에게 방송출연을 비롯해 도와주겠다고 나선 건 다름 아닌 한국으로 시집 온 베트남 여성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여성이 접근한 목적은 따로 있었습니다.
박상호 기자입니다.
【 기자 】
엄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차디찬 수술대 위에 누워야 했던 딸 아이.
선천성 심장병 때문에 태어난 지 16일 만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베트남 어로 '건강한 몸'이라는 뜻의 '김치'.
그러나 수술 후에도 가늘게 뛰는 심장 때문에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왔습니다.
"김치야, 엄마가 많이 미안해."
'김치'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진 건 4년 전 전파를 타면서부터입니다.
한 대학병원에서 무료로 수술을 해주고, 재단 등을 통해 후원이 잇따랐습니다.
그런데 불법 체류 중이었던 베트남인 부모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한국말이 서툰 부모에게 접근한 베트남 여성 홍 모 씨가 이들을 돕는 척하며 중간에서 후원금을 가로챈 겁니다.
특히 홍 씨는 자신이 수술비를 대신 냈다며 2천만 원 이상을 더 뜯어갔습니다.
▶ 인터뷰 : 누엔티흐응 / '김치' 어머니
- "처음엔 속상하고 화가 났지만, 그 사람이 나한테 고마운 사람이라 생각해서 신고를 못 했습니다."
결국, 4년 만에 홍 씨의 범행은 들통났지만, 베트남 부부의 불법 체류 신분도 동시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아이 엄마는 치료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한국에 머물고 싶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MBN뉴스 박상호입니다. [ hachi@mbn.co.kr ]
영상취재 : 정운호 기자
영상편집 : 이인환
영상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