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소를 탄 한 시민이 서울 경복궁역 로타리를 지나 청와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규욱기자> |
1분간의 소등이 끝나자 다시 일제히 촛불의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가사의 떼창이 광화문 광장에 가득히 울려 퍼졌다.
눈·비와 추위를 뚫고 모여든 국민들의 권력을 향한 도전이었다.
같은 시각 경복궁 역에서 북쪽에 위치한 통의로타리에선 수 천명의 시민과 국민들과의 몸싸움이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시민들은 “청와대로 가는 길을 비켜라. 경찰은 길을 터달라”며 경찰 차벽 앞에선 경력을 향해 거세게 항의했다.
당초 경찰은 오후 5시30분 이후로 청와대 500m전 지점인 통의로타리 아래 쪽인 경복궁역 앞에서 행진시민들을 차단할 계획이었지만 낮시간에 시민들이 모두 철수하지 않고 그대로 신교동과 통의동 일대에 머물러 있어 경복궁역을 부득이하게 터준 상황이다.
민주노총 방송트럭은 “시민들이 청와대까지 행진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며 방송을 이어갔다. 경찰은 “여러분들은 집회 신고 시간과 지역을 넘어섰다. 빨리 해산하라”며 경고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경찰의 헬멧을 벗기며 몸싸움을 벌이는 등 격렬한 대치가 벌어지는 중이다.
낮부터 광화문에 소를 타고 나타났던 한 시민은 오후 8시경 내자로타리를 지나 청와대 쪽인 통의로타리로 올라갔다. 시민들은 소를 탄 시민을 위해 길을 터줬다. 소의 등에는 빨간색 글씨로 ‘근혜씨 집에 가소’ ‘근혜씨 하야하소’ 등 ‘소’로 끝나는 문구가 적혔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촛불이 아니라 ‘횃불’을 들고 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이는 몇일 전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거부한 데 대해 “정호성 청와대 비서관과 박대통령의 녹음파일을 10초만 들어도 촛불이 횃불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풍자한 퍼포먼스다.
오후 8시10분 경
한편 이날 집회에는 청와대의 비아그라 구매를 비판하기 위한 ‘한국고산지발기부전연구회’와 ‘하야하그라’ 시위대의 깃발이 주목받았다.
[연규욱 기자 / 유준호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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