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입 준비.
준비물은 각종 장비와 비품, 핫팩과 파스. 명령은 '다치지 말 것'
오전 10시
현장 출동.
차벽을 설치하고 시민과 대치할 것.
오후 2시
청와대 인근으로 행진하는 시민과 대치하라. 단, 장비가 아닌 몸으로….
오후 11시
제 자리에서 계속 대치하라….
그리고, 다음 날 새벽 5시
생활관으로 복귀하라….
눈 내리는 영하의 날씨 버스 안에서 혹은 길 바닥에서 도시락을 먹고, 무거운 장비를 들고 17시간 이상을 서서 버티며,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늘 긴장했던 이들….
바로 경찰입니다.
이렇게 긴장했지만, 현장상황은 많이 달랐죠.
'한국 국민이 시위 문화의 새 장을 열었다'
'매우 평화로웠고, 축제같았다'
지난 26일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을 취재한 외신들의 보도처럼 150만 인파와 2만 5천여 명의 경찰이 둘러싼 광화문 광장에선 단 한 건의 폭력도, 연행도 없었습니다.
경찰 차벽에 꽃 스티커를 붙이고, 저마다의 개성으로 만든 피켓과 깃발을 들고 민중가요 대신 유행가를 부르며, 시위는 남녀노소가 어울리는 축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축제를 즐길 수 없었죠.
그 마음은 어땠을까요?
'한 번 안아주고 갑시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시민들은 경찰들을 따뜻하게 안아줬고, 사진 촬영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방패와 헬멧으로 무장한 채 굳어있던 경찰도 시민들의 요구에 응했고, 방패도 치웠습니다.
광장에 나온 이유는 달랐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 같은 국민이었던 겁니다.
2016년 11월 26일은 첫눈이 온 날입니다. 평균 기온은 3도, 체감온도는 영하였죠. 하지만, 광장의 온도는 그보다 훨씬 높았고, 서로의 온기로 오히려 더 따뜻했습니다.
'일련의 스캔들에도 한국 사회는 희망이 있다'
'이게 나라냐', '대한민국 국민인 게 부끄럽다'며 분노하던 국민들…. 그들은 평화 시위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오히려 떨어진 국격을 끌어 올렸습니다.
남은 건 성숙한 정치와 정직한 기업, 정정당당한 사회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그 '희망'
이젠 국민 뿐만이 아닌 국민을 이끌고, 나라를 이끌어가는 이들도 같이 좀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