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놀이 아닌 놀이입니다. 죄인을 구속하는 진짜 감옥이 아니라 스마트폰 카톡방에 불러들여 고통을 주는 거죠.
대통령 탄핵과 맞물려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국회의원에게 항의하는 도구로 이 카톡을 이용하는 겁니다.
어떻게 하는지 좀 볼까요?
먼저, 대통령 탄핵에 주저하거나 반대하는 국회의원을 카카오톡 대화방으로 초대해서 말을 건넵니다.
'범죄자를 감싸는 행위는 그만하라'
'당신이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란 게 부끄럽다'
'다음 선거에서 낙선운동 하겠다'
초대된 의원들은 무차별 공격을 견디다 못해 그 대화방에서 나오지만 또다시 초대해 괴롭히는, 그야말로 감옥 아닌 감옥에 갇히고 마는 겁니다.
밤새 이어지는 항의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일부 의원들은 전화번호를 바꾸기도 하지만, 이렇게 또 새 전화번호로 갇히고 말죠.
지난 29일, 사이버상에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화번호가 공개되고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벌어진 일인데… 이런 상황은 비단 새누리당 의원들 만의 일은 아닙니다.
'오늘밤 촛불은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해야겠다'
'호남의 수치다'
어제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늦추자고 한 국민의당 의원들 역시 카톡 감옥에 갇힌겁니다.
결국, 국민의당은 사과와 함께 오늘 탄핵안을 발의하는데 합의했죠.
불법 시위 폭력이 광장의 문화축제로 바뀐 것처럼 항의의 형태가 촛불에서 사이버상으로 옮겨간건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학생들 사이에서 '카톡 감옥'은 이미 공공연한 일입니다. 카톡 대화방에서 왕따가 된 학생이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사이버 폭력의 대명사가 됐죠.
미국 덴버대학의 에리카 체노웨스 교수는 1900년부터 2006년까지 각국의 반정부 시위를 분석한 결과, '정부를 물러나게 한 시위는 모두 비폭력 시위였다'고 했습니다.
다섯 번의 촛불집회는 전 세계 언론이 축제라고 보도할 정도로 획기적이고, 평화로운 시위였죠. 하지만, 그 어떤 폭력보다 강하고 엄중하기도 했습니다.
민의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는 건 물론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사이버 폭력으로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청와대가 민심을 모른다고만 하지 말고 국회의원들 역시 민심을 정확히 읽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오죽하면 이렇게 민심을 전해오는지 그 마음도 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