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우조선해양 옛 경영진의 수조원대 회계사기 혐의와 관련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대표 함종호)의 임 모 상무를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22일 대우조선 외부감사의 현장 책임자였던 안진 전 이사 배모씨를 구속기소한 데 이어 임원인 총괄 책임자(파트너급)까지 소환한 것이다.
5일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임 상무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및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특수단은 임 상무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임 상무는 배씨의 직속 상사인 파트너급 회계사로, 대우조선 관련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우조선 회계감사 과정에서 회사 측 요구에 따라 중요 회계 자료에 대한 검토나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고 회계사기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수단은 임 상무를 상대로 안진이 대우조선의 회계사기 정황을 알면서도 회사 차원에서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는지 캐물었다.
앞서 특수단은 지난달 22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배씨를 구속기소했다. 대형 회계법인 이사가 대기업 부실감사와 회계사기 개입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것은 처음이다.
수사 결과 배씨가 이끌던 안진 감사팀은 2015년 5월 정성립 신임 대우조선 사장(66)이 취임하고 전 경영진 시절부터 이뤄진 회계 사기를 바로잡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하겠다고 밝히자, 이를 말리고 이전 방식의 회계처리를 권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실상 분식회계를 계속하라고 부추겼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안진은 지난 3월 ‘2015회계연도에 발생한 영업손실 5조5000억원 중 약 2조원을 2013년, 2014년에 나눠 반영해야 한다’고 뒤늦게 정정공시를 요구해 회계사기 논란을 불렀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대우조선 외부감사를 맡았지만 매년 감사보고서에는 ‘적정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지난달 18일 ‘세계 1위 회계·컨설팅그룹’ 딜로이트 미국 본사의 글로벌 리스크관리담당 최고책임자(CRO)인 로저 다슨 부회장이 특수단 관계자와 극비리에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슨 부회장이 검찰을 방문한 것
그는 이날 면담에서 “대기업 분식회계에 연루된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기회에 감사 시스템을 대폭 강화할 테니 법인 처벌만은 선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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