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12월 5일 뉴스초점-최순실이 빠진 청문회

'뻔하지만 기대한다'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스타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흔히들 하는 말이죠.

최근 우리 국민들은 영화나 드라마 보다 훨씬 더 뻔하지만, '혹시나' 하며 기대하는 게 있습니다. 내일과 모레, 이틀간 열리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청문회입니다.

먼저, 어떤 이들이 출연하는지 좀 볼까요?

내일은 삼성과 현대차 등 9대 그룹 총수가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총수들은 그간 정기 인사도 연기하면서 국정조사 준비에 매달려 온 만큼 대부분 출석할 예정이죠.

청문회의 하이라이트는 모레, 7일입니다.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채택한 증인들을 먼저 보면 주인공인 최순실 씨를 비롯해 차은택·김기춘·안종범·우병우·조원동 전 경제수석 그리고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 등 총 27명입니다.

스타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연말 시상식 보다 더 화려하죠?

이중에 출석할 사람은 대부분 '불확실', 아니 안 나올 가능성이 더 크겠죠.

최순실과 최순득, 장시호, 그리고 전 승마 국가대표 감독인 박원오 씨는 이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대부분의 증인도 출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우병우 전 수석과 장모, 최순실 씨 딸 정유라 등 5명은 아예 출석통지서를 받지도 않았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당한 사유없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국회는 '동행 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거절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최순실 씨를 만나러 유치장에 가봤자 본인이 나오지 않겠다면 그만인 거죠.

또, 검찰에 고발한다고 해도 3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 벌금을 물면 그만인데 그마저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칩니다. 이처럼 증인으로 채택만 할 뿐 아무런 강제성도 없고 처벌도 미약합니다.

결국 이번 청문회도 화려한 시상식장에 주인공은 빠진 '허무한 청문회'가 될 게 뻔해진거죠. 그러니 청문회에 임한 기업들만 망신당한 채 '국정농단 청문회'가 아닌 '기업 청문회'가 될 우려가 커졌습니다.

미국 의회는 청문회 증인 소환장을 법원에서 강제 집행 하도록 해 명령을 거부한 증인은 '의회 모독죄'로 형법에 의해 처벌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라서 지난 2010년 도요타 자동차 사태 당시 아키오 회장은 직접 미국까지 건너가 청문회장에 출석하기도 했었죠.

법정이 아닌 청문회장은 국민들과 가장 가까운 법적 공간입니다. 국민의 대표가 질의를 하고, 죄를 밝힘과 동시에 사과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최순실 씨를 비롯한 국정농단에 관련된 모든 증인들이 진심어린 사죄를 하는 모습…. 이번 역시 못 볼게 뻔하지만, 그럼에도 '혹시나' 기대하는 국민들을 위해서 '법'이라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