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 소추안에 담긴 13가지 헌법·법률 위반 사유를 “모두 심리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일부 ‘중대한 헌법 위반’ 사유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심리하고, 나머지 사유는 건너뛸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따라 야권의 요구와 달리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리는 시일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는 배보윤 헌재 공보관을 통해 “당사자(대통령) 합의가 없는데 헌재가 직권으로 일부 탄핵 사유만 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몇 가지 사유만 끌어와서 탄핵 결론을 섣불리 내리거나 예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사안만 떼어내 조기 탄핵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 핵심사유만 선별 심리 못해
이는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 사유 가운데 혐의가 확실한 ‘핵심’부터 우선 심리하고,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정당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탄핵 결정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앞서 헌법학계와 법조계는 헌재가 ‘선택과 집중’을 택할 것이라고 봤다. 탄핵 소추안에는 ‘세월호 7시간’ ‘대통령 뇌물죄’ 등 논란이 되는 내용이 많아 법률 위반 내용을 다 따지다 보면 심리가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헌재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형사재판처럼 모든 청구내용을 다 입증하려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배 공보관은 “심판은 ‘변론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가 변론에 제출한 주장과 증거를 다 살펴봐야 한다. 결정문에는 일부 사유만 적시하더라도 심리는 반드시 다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정문에 기술적으로 일부 사유만 적시할 수 있겠지만 심리단계에서는 모두 중요하다는 취지다. 대통령 변론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일부만으로 결론을 내릴 경우 탄핵심판 제도의 본질을 벗어나고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 공보관은 “재판관들 모두 공정한 절차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 쟁점 많아 별도 ‘준비절차’ 열기로
그러나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쟁점이 지나치게 많아 심리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본격적인 변론에 앞서 ‘준비절차’를 갖기로 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별도의 준비절차 없이 곧바로 변론에 들어간 것과 달라진 점이다. 배 공보관은 “이번 사건은 쟁점이 복잡하고 사안이 중대하기 때문에 준비기간을 갖기로 했다. 향후 변론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하기 위한 사전 준비다”고 설명했다.
이번 탄핵 소추안에 다퉈야 할 주장과 증거가 너무 많아 중첩되거나 불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미리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법상 헌재는 준비절차를 통해 대통령 대리인과 국회 소추위원의 주장과 증거 등을 미리 청취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에서도 이 같은 변론준비 절차를 열었던 전례가 있다.
헌재는 다음주 중 이 같은 준비절차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게 될 전담 재판관인 ‘수명 재판관’을 지명할 계획이다. 판사 출신인 주심 강일원 재판관(57·14기)을 비롯해 박한철 헌재소장(63·13기)이 지명하는 2~3명의 재판관이 이 역할을 맡게 된다.
◆ 탄핵 담당 연구TF 본격 가동
마지막으로 신속 심리를 위해 헌재 소속 헌법연구관 20여명이 참여하는 탄핵심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 TF는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국내외 선례와 판례, 법 이론 등을 수집하고 각종 실무적 절차를 포괄적으로 연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이날 헌재는 국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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