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장 최초로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된 진경준 전 검사장(49)이 공짜 주식을 받아 ‘126억원 주식대박’을 올린데 대해 법원이 직무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뇌물죄 무죄’를 선고했다. 2011년 한 여검사가 변호사로부터 벤츠를 받았으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은 ‘벤츠여검사 사건’처럼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킬지 주목된다.
그러나 진 전 검사장은 처남이 운영하는 청소용역업체에 대한항공이 각종 용역을 제공해 147억여 원의 이익을 취하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공짜 주식’이 무죄로 판결남에 따라 당초 검찰이 구형한 징역 13년보다는 형이 대폭 낮아졌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진 전 검사장이 김정주 NXC 회장(48)으로부터 넥슨 주식과 법인 명의의 고급 승용차, 여행 경비 등 명목으로 9억 5000만여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에 대해선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대학동창인 진 전 검사장에게 4억여 원의 넥슨 주식 등을 공짜로 준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뇌물죄에서 직무관련성은 공무원에게 직접적으로 맡겨진 직무상 업무의 범위로 봐야 한다”며 “진 검사장이 단순히 검사라는 이유만으로 (김 회장으로부터 청탁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고 볼 만한)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의 사업이 불법성이 있거나 수사에 연루될 가능성이 특별히 높다고 볼 수 없고, 실제로도 금품이 오간 10년 동안 진 전 검사장의 직무와 연관된 현안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와 달리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가 대학 동창으로 친분관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진 전 검사장 사건을 수사해온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선고 직후 “일부 중요 쟁점에 관해 수사팀과 법원에 견해차가 있는 만큼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진 전 검사장이 대한항공에 압력을 가해 처남이 운영하는 용역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와 자신의 재산 상태를 은폐할 목적으로 2014년 12월~2015년 12월 사이 장모와 처남 명의로 금융 거래를 한 혐의(금융실명법 위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2부 부장검사였던 진 검사장이 한진그룹에 대한 내사를 종결한 직후 서용원 당시 대한항공 수석 부사장(67·현 한진 대표)과 만나 용역계약 체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용역계약이 실제로 체결된 점을 고려할 때 두 사람 사이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직접적인 직무관련성이 있고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뇌물죄의 핵심 요소인 부정한 청탁과 직무관련성을 모두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진 검사장은 사회적 영향 측면에서 검사의 직무집행 공정성과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고 격무에 시달리는 일선검사들의 자부심과 명예 검찰 조직에 커다란 상처를 내는 등 사회적 책임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함께 기소된 서 대표는 진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한편 진 검사장은 올해 3월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156억5609만원을 신고해 법조계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넥슨 주식을 특혜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컨설팅 업체의 대학 친구가 권유해 내 돈으로 샀다”고 거짓 해명했다가 지난 4월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민일영) 조사 때는 “개인 보유 자금과 장모에게 빌린 돈으로 샀다”고 말을 바꿨다.
연이은 거짓말로 논란이 커지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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