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엔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건'
임신 7개월인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남편을 치고 도망간 범인을 찾아냈었고, 바로 얼마 전엔 청문회장에서 내내 최순실을 모른다고 하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두 손을 들게 만들었죠.
네티즌 수사대가 찾아낸 하나의 영상 때문이었습니다.
네티즌 수사대의 활약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3년 전 미국 보스톤 마라톤 대회 도중 발생한 폭탄 테러 사건도 네티즌 수사대가 제보한 정보 덕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 네티즌 수사대가 찾아나선 사람, 바로 우병우 전 수석이죠.
우 전 수석이 변장한 모습을 넣은 수배전단을 배포하고, 은신처로 추정되는 곳을 직접 탐문하며 실제 범인을 추격하듯 실시간으로 전국에서 우 전 수석을 쫓은 겁니다.
그리고 네티즌 수사대가 두려웠던걸까요. 꽁꽁 숨어있던 우병우 전 수석은 오는 22일 청문회에 자진출두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네티즌들이 이렇게 우 전 수석을 찾아나선 이유, 단순히 '현상금' 때문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고위공직을 지낸 사람이 법률 지식을 이용해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얄미운 행태를 보였기 때문일겁니다.
국회에서 발부한 동행명령장을 당사자가 직접 받지 않으면 처벌하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입증되지 않은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없애는 건 처벌되지 않는다는 걸 이용해 휴대전화 통화내역이나 문자를 다 지운 것….
이런 모습들이 지명수배자도 아닌 사람을 검찰과 경찰을 대신해 네티즌이 직접 찾아나서게 만든 겁니다.
그리고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묻는 기자를 매섭게 쏘아보던 이해할 수 없는 결기와 검찰조사를 받으면서도 여유롭게 팔짱을 끼고 웃던 오만해 보이는 모습들 때문일겁니다.
네티즌 수사대가 늘 긍정적인 평가만 받는 건 아닙니다. '개인 신상털기다', '마녀사냥이다'라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지만 이번에 전국 네티즌 수사대를 나서게 만든 건 우병우 전 수석, 본인입니다.
법률가로 최고 권력을 누린 사람이라면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고 죄를 지으면 법에 따라 심판받아야 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을겁니다.
오는 22일엔 부디 '진실'을 말해주길 바랍니다. 국민들이 또 다른 진실을 찾아 숨바꼭질을 하지 않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