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군부대 사고…제대 군인 "관리 부실하기 짝이 없어" 증언 속속
↑ 울산 군부대 사고/사진=연합뉴스 |
지난 13일 울산시 북구 신현동 53사단 예하 예비군 훈련부대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는 제때 소진하지 않은 폭음통을 한꺼번에 폐기하려고 모아뒀다가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남아도는 포탄을 땅에 묻어 은폐하거나 기관총 실탄 수천 발을 마구 쏴 소모했다는 제대 군인들의 증언이 잇따라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잉여 탄이 생기면 상부의 지적과 질책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광주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모(35) 씨는 과거 강원도에서 포병으로 군 복무 할 당시 부대 밖 인근 야산에서 작업하다 55㎜ 포탄 여러 발을 땅속에서 발견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조사결과 해당 포탄은 비교적 최근에 땅에 묻힌 것으로 부대 측이 실제 포탄 보유량을 검열받는 과정에서 장부와 달리 남아돌자 잉여 포탄을 땅속에 묻어 숨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이미 시일이 오래 지나 군수장교와 담당자가 전출 가거나 제대해 누가 포탄을 은폐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포탄이 발견된 곳은 평소 약초를 캐는 이들이나 등산객이 자주 오가는 야산이었습니다.
경기도의 예비군 훈련부대에서 군 복무한 대학생 이모(24) 씨는 예비군 훈련부대의 '연습용 수류탄' 관리가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는 "예비군들이 귀찮다는 이유로 연습용 수류탄 투척 훈련을 기피하면서 예비군 훈련생 1명당 1개씩 제공된 연습용 폭음탄이 남아돌아 현역 사병이 한꺼번에 수십 개씩 투척해 억지로 소진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전했습니다.
강원 양구에서 K3 기관총 사수로 군 복무하다 올해 2월에 전역한 A(23) 씨는 부대 내 실탄 낭비 사례에 대해 혀를 내둘렀습니다.
A 씨는 "분기마다 하루 날을 잡아 부대 내 소규모 사격장에서 표적도 없이 한 번에 몇백 발 단위로 수천 발 이상의 실탄을 소비했다"며 "당시 간부는 '실탄을 소비하는 거니까 아무런 부담 없이 막 갈기면 된다'고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런 식의 실탄 소비에는 사수, 부사수, 간부 등 20여 명이 동참했습니다.
이렇게 반나절 동안 사격을 하고 나면 얼굴, 팔, 목, 허리 등에 상당한 통증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A 씨는 당시 "실탄 한 발 가격이 몇백 원은 할 텐데, 차라리 이 돈으로 쥐꼬리만 한 병사들 월급이나 좀 올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군 당국의 허술한 탄약 관리는 주민 안전까지 위협합니다.
지난해 9월 철원에서는 퇴역 군인이 인명 살상용 수류탄으로 전처를 협박하다가 대치 끝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당시 경찰에 검거된 이모(50) 씨는 수류탄 안전핀을 뽑아들고서 경찰과 20여 분간 대치했습니다.
철원지역 군부대에서 육군 상사로 근무하다 2009년 전역한
당시 이 씨는 보관 중인 수류탄 9발 중 1발을 꺼내 남자 문제로 다투던 전 처를 위협한 뒤 18시간가량 종적을 감췄습니다.
이 때문에 철원지역 주민들은 이씨가 검거되기까지 언제 터질지 모를 수류탄 소동에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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