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들의 본관점거 사태가 60일 넘게 이어지자 역대 총장들과 현직 단과대 학장단이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며 긴급 중재에 나선다.
학내 갈등이 최순실·정유라 사태로 더욱 고조돼 총장퇴진까지 이어지며 치명적 이미지 타격을 입은 이화여대 사태 같은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학생들에게는 일단 점거시위를 풀라는 요청과 함께 본관 측에는 총장이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할 예정이다.
15일 서울대 등에 따르면 정운찬, 이장무, 오연천 등 약 10명의 서울대 전 총장은 16일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모여 학생들에게 물리적 충돌을 멈춰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대 전임총장이 모두 모여 공식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지난 2011년 법인화를 둘러싼 학내갈등 사태 이후 두번째다. 이들이 발표할 성명서에는 ‘시흥캠퍼스 추진 과정에서 의견 수렴과 의사 결정이 순탄하게 되지 않았던 점에 대한 공감 표시’와 함께 ‘학생들의 대학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을 이해하지만 대학당국이 대화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점거를 계속하는 것은 정당화 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서울대 단과대학 학장단과 전문대학원 원장 등도 학내 구성원들에게 ‘행정관 점거 사태에 대한 학·원장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 학생들의 본관 점거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메일을 통해 학장단은 “이제는 점거를 하루 빨리 중지하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론의 장으로 나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 단과대 학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세계 정세가 불안정하고 경쟁자들은 한발 앞서나가고 있는데 서울대만 내홍으로 멈춰있어 ‘골든타임’을 놓칠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서울대와 시흥시가 법적구속력을 갖는 실시협약을 체결한 후 지난 10월 학생총회에 참가한 1000여명의 학생들은 본관을 점거하고 나섰고 이후 학생들과 본관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문제는 사태가 갈수록 ‘이화의 난’으로 일컬어진 이대사태를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학생들은 성낙인 현 총장의 학생 사찰과 시흥캠퍼스 이면계약 의혹 등을 폭로하고 나섰고 성 총장을 현 정권의 ‘부역자’라고 비난하며 총장퇴진 운동까지 불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서울대 총장은 “제자와 스승 사이인데 서로 대화하는 게 지식인으로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며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두고 감정대립이 길어지다 보면 결국 양쪽 다에게 상처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총장들과 단과대 학장단이 나선 데는 “성난 학생들 마음을 다독일 수 있도록 중재해 달라”는 성낙인 서울대 총장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본부를 점거
[강계만 기자 /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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