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큰 고니 폐사체가 발견됐다. 경남도는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아닐까 걱정이 됐다. 농림축산부로터 AI 1차 검사기관 인증을 받은 도 산하 경남축산진흥연구소에 곧바로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다행히 당일에 최종 음성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안 환경부로부터 예기치 않은 항의성 전화를 받았다. “야생조류 질병 검사기관은 환경부 소관인데 왜 도에서 검사를 하냐”며 “이같은 일이 또 발생하면 기관경고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이튿날에는 앞으로 야생조류 검사는 환경부로 이송하라는 공문까지 받았다. 이후부터 경남도는 AI가 의심되는 철새 폐사체는 이송에 5시간이나 걸리는 인천의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으로 보내고 있다.
정부가 고병원성 AI 대응 시스템에 또다시 허점을 드러냈다. 지자체가 AI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장비를 갖추고 있는데도 정부가 확진 권한을 독점하면서 검사가 지연돼 재난을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2일 환경부와 농림축산부와 각 지자체 따르면 지난달 정부는 부처간 협의를 통해 철새 등 야생조류의 AI는 인천 소재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에서, 일반 농장 가금류의 AI는 경북 김천의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최종 확진 판정을 내리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AI 확진을 할 수 있는 고가의 유전자 검사 장비를 갖추고 있는 지자체마저 먼거리에 소재한 정부 산하 검사기관으로 폐사체를 이송해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AI 의심신고 접수후 긴급 대응이 방역 성공의 관건인데도 확진 검사에만 수일이 더 소요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지자체 자체 장비로 하루 이틀이면 확진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도 국립환경연구원으로 이송해 검사를 받느라 확진에 통상 3~4일이 걸리는 비효율을 빚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전국적인 AI 확산 탓에 정부 기관으로 확진 요구가 몰리면서 검사에 6~7일 이상이 걸리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발견된 야생조류 폐사체는 19일 최종 음성으로 판정나 검사결과가 6일이나 걸렸다. 지난 14일 부산 동래에서 발견된 야생조류 폐사체는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환경연구원은 야생조류에서 AI가 발생한 지난달 13일부터 현재까지 86건의 야생동물 폐사체가 접수됐다. 이중 58건에 대한 검사가 끝났고 27건이 현재 진행중이다. 연구요원 7명이 검사에 참여하고 있으나 몰려드는 폐사체에 확진이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검사를 완료한 58건 중 무려 12%에 해당하는 7건에서 AI 양성 판정이 나온 상황에서 검사는 더디고 야생조류 폐사는 급격히 늘고 있어 농가의 2차 전파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가금류 AI 검사는 야생조류와 달리 지자체에서 1차 검진은 가능하나 최종 확진은 여전히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몫이다.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의심신고가 들어오면서 검사기간이 평소보다 두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현재까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가금류 검사 대기건수가 3260건에 달하고 있으나 하루 100건을 소화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자체에 확진 권한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농림부로부터 1차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5곳을 비롯해 부산시와 경남도 산하 보건환경연구원 등은 유전자 분석기 등 설비를 갖추고 있어 AI 판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자체들은 지난 15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주재 AI일제 점검 화상회의에서 확진 권한을 달라고 건의했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 메르스 사태때 질병관리본부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권한을 갖고 있다가 골든 타임을 놓쳐 이후 지자체 산하 보건연구원으로 메르스 인증기관을 선정했다”며 “AI의 경우 농림부는 지자체 산하에 어느정도 권한을
[박동민 기자 / 지홍구 기자 / 최승균 기자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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