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냐?',
이 질문입니다.
지금 이 질문을 저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게 던집니다.
반 전 총장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걸까요.
기존 정당에 입당하겠다고 했는데 주된 이유는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이렇게 저렇게 '돈이 궁하다'는 얘길 많이 한 걸 보면 서울로 돌아온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앞이 깜깜한 듯 합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총 480여억 원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450여억 원을 지출했다고 신고했습니다.
물론, 이 돈이 모두 후보들 호주머니에서 나온 건 아니었습니다. 우선 당이 먼저 지출을 하죠. 그리고 유효득표수 15% 이상이면 100% 환급을 받기 때문에 '이론적으론' 후보가 자기 호주머니 털 일은 없습니다.
이 사실을 아는 반 전 총장은 하루라도 빨리 정당으로 들어가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 전 총장이 모르는 게 있습니다. 대선 때 썼다는 400억 원이 넘는 돈은 당의 공식 후보가 된 이후에 쓴거고, 후보로 확정되기 전에, 그러니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쓰는 돈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당의 공식 후보가 되기 전까지도 돈은 참 많이 듭니다. 전국을 돌며 사람을 만나고, 대규모 행사도 해야 하고, 특히 당내 경선을 하려면 불가피하게 조직을 움직여야 하고, 그러면 돈은 더 들어가게 됩니다.
공식 후보가 되기 전까지 비공식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얼마인가에 대한 통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말그대로 '비공식'이니까요. 들키지만 않는다면 쓰기에 따라 한 달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그래서 사람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도 말합니다.
다시 말해, 반 전 총장은 당에 들어가더라도 지금 같은 시기에, 비공식 선거 운동 기간에 들어가는 돈은 본인이 어떤 방식으로든 부담을 해야 한다는 거죠.
본인의 표현대로 과장·국장·차관보·장관이 될 때는 가방만 들고 몸만 움직이면 됐는데, 이젠 선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평생 월급 모아 산 아파트를 팔고, 선후배들에게 손을 내밀고, 때론 아슬아슬한 돈도 만나야 할텐데…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탈 때까지 반 전 총장은 정치에서 너무나 중요한, 이 '돈'에 관한 생각은 전혀 못 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