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폭탄으로 몸살 앓은 한반도
↑ 사진=연합뉴스 |
지난 20일 눈 폭탄이 쏟아져 도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던 강원 영동 주요 도시들이 밤샘 제설로 정상을 되찾고 있습니다. 단시간에 내린 폭설에 치워도 치워도 끝이 보이지 않았던 눈은 대부분 걷혔습니다.
오늘(21일) 강릉, 속초 등 동해안 6개 지자체는 눈 폭탄이 그치자 찾아온 매서운 한파에 도로 결빙을 막고자 산간도로와 급커브 구간에 제설제를 살포하는 등 집중관리에 나섰습니다. 이들 지자체는 이날 새벽 염화칼슘 1천121t을 살포했으며, 현재 마무리 작업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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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관계자는 "눈에 덮인 갓길을 넓히고, 주차했던 자리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어 오후면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지자체는 제설과 함께 대설에 취약한 비닐하우스, 노후주택과 축사, 산간고립마을 등도 점검할 방침이며, 소방당국도 비상급수와 고드름 제거 등 안전조치에 나섰습니다.
현재 도로는 대부분 정상 통행 중이며 고성군 군도 1호선과 리도 202호선만 통제 중입니다. 농어촌버스는 고성 17개 노선, 양양 9개 노선, 속초 1개 노선 등 27개 노선 운행이 중지됐습니다. 태백산과 오대산 등 2개 국립공원 37개 탐방로 출입도 통제 중입니다.
앞서 전날 영동에는 고성 간성 47㎝, 속초 46㎝, 양양 33.5㎝, 강릉 27.5㎝, 삼척 21㎝, 동해 18.5㎝ 등 폭설이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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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 경우 오전 8시께 흩날리던 눈이 1시간 만에 폭설로 변했습니다. 3시간여 동안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졌습니다.
'비'에 비유하면 '폭우'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당시 시간별 적설 현황을 보면 속초는 오전 10시에 11.7㎝를 기록하더니 오전 11시 19.4㎝에 이어 정오가 되자 30.9㎝를 기록했습니다.
불과 3시간 동안 30㎝가 쌓인 것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후 2시에 43.2㎝를 기록하더니 오후 6시가 되자 46㎝까지 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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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차량통행량이 많은 낮 시간대에 눈이 쏟아진 탓에 제설은 더욱 어려웠습니다. 언덕길에서 차량이 미끄러지고, 곳곳에서 차량이 뒤엉키면서 큰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미끄러지는 차량 대부분 스노타이어나 월동장구를 갖추지 않은 외지 차량이었습니다. 특히 언덕길 정체는 7번 국도 양양 낙산고개와 밀양고개, 속초 대포고개에서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극심한 정체로 차들이 옴짝달싹 못 한 채 3시간가량 갇혔습니다.
오르막길에서 미끄러진 차량 때문에 뒤따르던 차량이 오도 가도 못한 채 도로에 발이 묶이면서 고립상태에 빠졌습니다. 이에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7번 국도 고갯길 곳곳에서 중앙선 분리 구간을 통해 차들을 반대 차선으로 진입시켰습니다.
낙산고개의 경우 교차로가 인접한 낙산사와 설악해수욕장 입구에서도 경찰과 함께 차를 반대 차선으로 돌렸습니다. 그러나 통제에 응하지 않은 차들이 회차하지 않고 운행을 강행하며 도로는 더 불통이 됐습니다.
당국의 차량 우회 조치에 따라주지 않은 것은 물론 일부 운전자들은 차를 도로변에 그대로 두고 자리를 떴습니다. 차량 정체가 이어지자 제설차량조차 진입하기 어려웠습니다. 제설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차량 운전자들은 도로에서 먼 산만 쳐다보며 발을 동동 굴러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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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전역(남부 제외)에는 강풍주의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바람이 강하게 불었습니다.
제주공항에서는 윈드시어·강풍특보와 다른 공항의 눈 날씨로 인해 여객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분께 제주에서 출발해 원주공항으로 가려던 대한항공 KE1852편 등 22편(출발 11·도착 11)이 날씨 탓에 결항하고 100여 편은 지연 운항해 일부 승객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제주도 전 해상과 남해 서부 서쪽 먼바다에는 풍랑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여객선과 도항선 운항도 통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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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에서 여수·제주항·사천·양양·원주 등으로 향하는 14개 노선, 여수와 제주를 오가는 1개 노선 등 모두 15개 노선의 24개 항공편이 결항했습니다.
인천공항은 이날 제설 작업
안전처는 전날 대설에 대비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비상단계를 가동했습니다. 이날 소방 인력 1,052명이 장비 327대를 동원해 구조·구급활동을 벌여 130명을 구조했고, 13곳에 51톤의 비상급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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