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매일경제가 잠입 취재한 한 유사수신 업체에서 '불로장생약' 투자를 권유하면서 모집인이 책자를 보여주고 있다. |
옛 시골 장터 약장수에게서나 들을 법한 얘기를 들은 곳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이다.
중국 전설로 전해지는 '태세(타이수이)'라는 괴생명체를 발견해 재배하는데 이게 바로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라는 것. 지난 4일 매일경제는 이곳에서 이같은 내용으로 불법 투자금을 모집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잠입취재에 나섰다.
전용면적 50㎡ 남짓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기자를 맞이한 것은 60대의 중국 출신 여성 A씨다. A씨는 직접 만든 팸플릿을 보여주며 "거의 식물인간이었던 20대 여성이 불로초를 먹고 두 달 만에 완치돼 박사 학위를 따기도 했다"며 "중국 정부에서 국보로 지정한 물건"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썰'을 풀었다.
중국에서 휴양·관광 사업을 하는 H사와 약초 재배 사업을 하는 M사가 공동 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고 했다. 투자방법은 구좌당 200만원 하는 구좌를 개설하면 된다. A씨는 50일만 지나면 투자금 3배, 5개월이 지나면 최대 7배의 투자 수익이 난다고 설명했다.
수익률보다 더 황당한 것은 업체가 진행하는 사업 내용이었다. 중국 정부에서 48곳의 관광 테마단지를 조성 중인데 중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H사가 선정됐다는 것. A씨는 "단돈 600만원만 투자하면 매년 746만원의 현금과 함께 240만원 어치의 H사 마일리지를 제공한다"며 "분기마다 한 번씩 투자자들이 모여 중국 관광지를 방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금 여윳돈이 더 있다" 말하자 A씨는 더 과감한 투자건을 권유했다. H사의 주식을 중국에서 상장하는데 2000만원을 투자하면 1년 안에 50~60배의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30여 명의 투자자 이름과 액수가 빼곡히 적힌 장부를 보여주며 "중국 인민해방군 장성 출신 양 모씨가 뒤를 봐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충 훑어봐도 투자액이 수십억 상당인 듯 보였지만 A씨가 건넨 계약서에는 계좌번호와 개인 신상을 적는 곳 외에 다른 투자 안내 사항은 찾을 수 없었다. 내부 제보자에 따르면 이 업체의 현재 가입자는 250여명에 달해 수백억원 규모 피해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투자금 유치는 전형적인 불법 유사수신 행위"라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투자원금을 보장하거나 확정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자금을 모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취재에서 확인된 현장과 과거 유사수신행위와 달라진 점은 경찰의 단속과 수사가 시작된 후 예전처럼 상가·오피스빌딩이 아니라 일반 빌라나 주거용 오피스텔로 본거지를 옮겨 다니고 같은 건물 내에서도 수시로 사무실을 옮기는 '떳다방'식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무실은 경찰 단속에 대비해 사무실 집기조차 테이블과 서류철, 사진 액자 등으로 단촐하게 꾸린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달 중순 경찰 단속에 대비해 기존 4층에 있는 사무실을 9층으로 옮기도 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같은 건물 내에서 사무실을 이사해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당 다단계 유사수신 조직에 한동안 발을 담갔던 김 모씨에 따르면 이들은 서로 점조직으로 연결돼 조직 내 상위 계층 외에는 서로 누가 조직원인지조차 알 수 없다. 3분의 2는 중국 교포로 신규 가입자를 데리고 중국을 여행을 시키면서 경제적 상식이 취약한 60~70대 어르신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경찰이 서민피해를 막기위해 집중적인 수사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경기침체, 저금리 상황에서 불법 유사수신 행위는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14년 232건이었던 불법 유사수신 적발 건수는 지난해 628건으로 3배 가까이 폭증했다. 검거된 인원도 같은기간 1089명에서 2052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약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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