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전국적 확산 일로에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경기 연천에서 젖소 114마리를 사육하는 농장에서도 구제역 의심신고가 이뤄져 정밀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충북과 전북에서 구제역이 잇달아 발생한데 이어 수도권까지 확산된 것이다.
이날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충북 보은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전북 정읍과 같은 바이러스 유형으로 분석됐다.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이 150km가량 떨어져 있고 정부가 일시이동중지(스탠드 스틸)을 발동했음에도 경기 연천에서 추가 의심신고가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이미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퍼져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전국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자 농식품부는 이날부터 정부가 소 314만 마리를 대상으로 백신 일제 접종에 들어갔다. 하지만 항체 형성에 1주일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북 음성과 전북 정읍 농가처럼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던 농장의 경우는 추가로 발병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당초 소 항체 형성률이 작년 12월 기준 97.5%라며 예방에 자신 있어 했지만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 농가의 항체 형성률이 각각 20%, 5%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제 접종을 결정했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표본조사 집계 등을 통해 구축해왔던 방역망 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있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검역본부는 2010년 백신접종 의무화 정책을 시작한 이후 해마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라 전체 사육농가 수(9만6000농가) 대비 10%에 해당하는 9500 농가의 항체 형성 여부를 조사했다. 전체 사육두수에 상관없이 농가 1곳당 무작위 선정한 소 1마리만 검사하는 방식이다. 운 좋게 처음 검사한 1마리의 항체가 형성돼 있으면 해당 농가는 항체형성률이 100%로 간주된다. 이는 소 전체 사육마릿수 314만마리 대비로 보면 0.3% 정도만 검사하는 데 불과했던 것이다. .
검역본부가 구제역 발생 직후 보은 지역 다른 젖소 농가 11곳의 항체형성률을 조사한 결과 80%가 넘지 않는 농가가 4곳, 아예 접종을 실시하지 않은 곳이 1곳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읍 지역 한우농가 역시 절반 가량은 항체 형성률이 80% 미만이었다.
박봉균 검역본부장은 "기존의 항체형성률 조사 방식이 한국에서 사육 중인 모든 소 개체수의 항체형성률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며 "표본조사 주기와 방식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검역본부는 이에 따라 농장별로 검사 마릿수를 기존 1마리에서 6마리(농장 5마리, 도축장 1마리)로 늘리고, 동시에 무작위로 표본을 선정하지 않고 사육두수와 소 성별과 연령별로 검사하는 쪽으로 관리시스템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에 한해 1회만 실시하는 항체 형성 여부 조사 주기를 분기별로 한번씩, 연간 최대 4회로 늘릴 계획이다.
구제역 확산으로 한우 수출이 중단되는 등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구제역 발생국'으로 지정돼 막혀 있던 쇠고기 수출은 홍콩 등에서 활로를 찾으며 2015년 말께부터 이뤄졌다. 한국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구제역 발생국으로 분류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쇠고기와 돼지고기 수출이 불가능하지만 홍콩, 마카오, 캄보디아 등과는 별도로 검역조건을 협의해 예외적으로 수출하고 있었다. 일정 기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축산물은 수출이 가능하도록 합의했기 때문이다.
2015년 수출량은 2t, 수출액은 10만2000 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연간 46t, 317만8000 달러 규모로 늘었다. 지난해 수출액 가운데 99.8%에 해당하는 316만9천 달러어치는 홍콩으로 수출됐다.
하지만 구제역 발생으로 충북과 전북산
특히 전북은 지난번 구제역으로 인해 중단됐던 수출을 올해 1월부터 재개했으나 곧바로 다시 수출길이 막혔다.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어 수출 불가능 지역이 추가될 가능성도 크다.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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