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공익 목적으로 모인 한 오픈 카톡방(카카오톡 대화방)에는 '야공' 카톡방을 홍보하는 사진 2장이 올라왔다.
'야공'이란 '야한 동영상 공유'의 줄임말이다. 해당 광고물은 "총 2000명에 달하는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고 광고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널리고 널린게 '야동'인데 왜 굳이 카톡방 까지 만들어 홍보할까.
해당 야공 카톡방은 소위 네티즌들이 말하는 '직찍'(직접 찍은 사진·동영상)을 제공하는 곳이다. 해당 카톡방 개설자는 "2000명의 회원중 여성분들도 상당수 있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방장을 통해 "개인톡·만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속칭 '톡스폰'이라 불리는 불법 음란 영상 매매 행위로 여성을 남성들에게 연결해 주는 곳이다. 남성이 돈을 지불하면 스폰을 받는 여성이 서서히 수위 높은 노출 사진 또는 동영상 올려주는 형태다. '만남'이란 결국 '조건 만남'같은 성매매를 말하는 것이다.
해당 야동 공유방은 사용자의 실명, 전화번호 등이 공개되지 않는 오픈 카톡방의 '익명성'을 십분 활용했다. 홍보 사진에 게재된 방장의 아이디를 검색해 넣고 입장 신청을 하면 별도의 신상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야동 공유방에 입장이 가능했다. 공유방 입장의 열쇠인 아이디 노출은 단 하루.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하루만 상담 문의를 받고 아이디를 삭제하는 '메뚜기 식 영업' 전략이었다. 혹시나 신상노출과 경찰 추적을 우려한 조치다.
이런 '은밀한 거래'의 가장 큰 문제는 무차별적인 미성년자 노출이다. 철저히 '익명'에 의존해 사용자를 유혹하다보니 해당 공유방은 미성년자조차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다. 운영자 B씨에게 접근해 메세지를 보내니 "연령별로 각 방을 운영하고 나이 제한이 없다"며 "익명이 가능하고 실제 본인 제보영상으로 운영된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은근히 '미성년자'들의 동영상 제공이 이뤄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SNS상의 은밀한 스폰 거래는 오픈 채팅방 뿐만 아니라 밀실형 '채팅 앱' 등을 통해서도 우후죽순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2013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조장 또는 혐의가 있는 스마트폰 채팅 앱은 717개로 조사됐다. 이 중 분석 가능한 182개 앱을 조사한 결과 성인 인증을 요구하는 앱은 64개(35.2%)뿐이었다.
'익명'의 가면을 요구하는 채팅 앱이지만 미성년자들은 닉네임을 통해 자신이 청소년임을 드러낼 수 있다. 실제로 기자가 '18', '열7곱', '고등어' 등 청소년을 암시하는 문구를 닉네임으로 등록해 보니 남성으로 추정되는 대화 상대로부터 '주 1회 월 200만원' 등 성매매를 요구하는 쪽지가 끊이지 않았다.
호기심 또는 손쉽게 돈을 벌어보겠다며 톡스폰에 발을 담금 청소년들은 자신의 신체 영상이 유포된 후 평생 씻지 못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동영상 삭제 전문 업체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김호진 대표는 "연간 삭제 의뢰가 들어오는 1400여 건 중 청소년 동영상·사진과 관련한 게 약 50%"며 "청소년들의 경우 유포된 자신의 동영상 삭제를 의뢰한 후 못 견디고 자살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이 있다"고 전했다.
나날이 진화하는 '톡스폰' '채팅앱 성매매' 행위에 정부가 단속 고삐를 죄고 있지만 뿌리 뽑기는 쉬지 않다. 지난해 2월부터 100일 동안 집중 단속한 결과 채팅 앱을 통한 성매매 건수는 총 1972건, 검거된 사람은 8502명에 달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청소년이 직접 자신의 신체를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건네받아 소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지만 단속자체가 쉽지 않다. 특히 '대화'가 주요한 기능한 이유로 주요 채팅 앱에 대한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도 어려운 구조여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인들의 '은밀한 유혹'은 계속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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