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로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 지은 롯데그룹에 두 가지 소식이 희비를 엇갈리게 하고 있다.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던 특검수사 종료와 사드부지 교환 계약 완료 건이다. 두 사안 다 일단락 됐다는 점에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향후 롯데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 보인다.
◆특검수사 피해간 롯데, 전열 다듬어 '뉴 롯데'로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로 특검수사가 종료됨에 따라 롯데는 한숨을 돌렸다. 시간이 촉박했던 특검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출연금 등의 대가성을 의심받았던 롯데에 대해 손도 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에 가로막혀 사드 부지 제공에 따른 중국 측 보복 우려에도 국내에서만 머물러야 했다. 이에 따른 해외 사업이 줄줄이 차질을 빚으며 생긴 결과들은 오롯이 롯데그룹의 몫이었다.
지난해 말로 확정지어야 했던 그룹 인사나 올해 사업 계획 등도 마찬가지다. 총수가 언제 특검에 불려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불확실성의 변수가 특검 수사 종료로 어느 정도 제거된 셈이다.
물론 특검은 롯데를 비롯한 뇌물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에 관한 수사를 검찰로 넘길 예정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벌써부터 회의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이미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설립과 관련한 기업들을 박근혜 대통령 '강요죄'의 피해자라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우여곡절 끝에 단행된 인사는 롯데가 향후 검찰 수사와는 무관하게 조직을 재정비해 '뉴 롯데'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엿보게 한다.
◆활시위 떠난 사드부지 제공…롯데에는 '악몽'?
사드용지 제공 안건과 관련해 롯데 이사회는 지난 27일 승인한 지 하루만에 최종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마무리지었다. 계약 내용은 롯데가 국방부에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고, 대신 남양주 군용지를 받는 것이다.
계약 완료 후 롯데는 다소 홀가분한 입장이다. 사드가 배치될 성주골프장 땅의 소유권이 정부로 넘어갔기 때문에, 더 이상 이 땅과 관련해 롯데가 땅 처리 방향을 놓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그 동안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해 이렇다 할 입장 발표를 따로 하지 않고 있던 롯데는 계약이 완료된 후 "성주골프장은 이제 우리 손을 떠났다"며 "이후 사드 관련 진행 상황은 사실상 롯데와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선긋기'는 물론 중국의 보복을 우려해서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27일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이사회 의결 직후 "그 결정은 중국 관광객들에 면세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롯데에 악몽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환구망도 같은 날 '롯데를 때리고 한국을 징벌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자극적 제목의 사평(사설)을 냈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발해 여전히 롯데를 '사드 배치 조력자'로 지목하고 협박을 서슴지 않는 중국의 모습에 롯데로서는 최대한 몸을 낮출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단지 처신의 문제로 끝날 사안이 아니어서 롯데의 고민은 깊어진다. 그 동안 롯데는 그룹 미래 성장동력의 중요한 한 축으로 중국 진출을 해 왔다. 현재 중국 시장에는 롯데의 24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으며 현지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만 2만여명에 달한다.
특히 유통의 경우 중국 내 백화점 5개, 마트 99개, 슈퍼 16개 등 총 119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유통, 제과, 화학 등의 계열사가 중국 현지에서 올리는 매출만 한 해 약 3조2000억원에 이른다. 만약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한 반발로 중국 소비자들이 롯데에 대해 현지에서 불매운동이라도 나서게 되면 매출은 단번에 고꾸라질 수 있다.
중국 당국이 한국행 관광객을 제한할 경우에는 롯데면세점에 가장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의 시내면세점 매출 가운데 무려 70~80%는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에서 나왔다. 지난해 전체 롯데면세점 매출이 약 6조원임을 고려해보면 이 가운데 4조2000억~4조8000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롯데쇼핑이 중국에 벌여놓은 사업이 많아 단기적 충격이 불가피하다"면서 "사드 부지 확정에 따른 중국 측 보복이 최악의 사태로 번지면 (관련 사업은) 철수까지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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