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현수막 논란, 성행위 묘사에도 철거 못 하는 이유는

표창원 현수막 논란, 성행위 묘사에도 철거 못 하는 이유는

↑ 표창원 현수막 논란/사진=MBN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과 아내의 얼굴을 합성해 적나라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현수막이 7일 국회 인근에 이틀째 버젓이 걸려있습니다.

시민들이 오가는 거리에 내건 이 현수막에는 음란 동영상에서나 볼 법한 모습이 담겨있지만, 관할 구청은 상충하는 법률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전날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에는 '국회 앞 애국 텐트 현수막[표현의 자유]'라는 제목으로 표 의원의 얼굴을 합성한 현수막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이 현수막은 '표창원식 표현의 자유는 위대하다. 국회 전시관에 전시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4장의 사진을 담고 있습니다.

현수막은 6일 오전부터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인근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변 도로가 좁지만, 근처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눈에 충분히 띌 수 있는 정도입니다.

표 의원 측은 해당 현수막을 철거하고 이를 내건 사람을 모욕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지만 철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해당 현수막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며 관련 방송 보도에 문제를 제기해온 한 우익단체가 내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단체는 현수막이 걸린 장소 근처에 텐트를 치고 농성 중입니다.

현수막을 관리하고 불법 게시물을 단속하는 관할 구청은 뾰족한 대안이 없습니다. 집회와 함께 내건 현수막은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외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법은 해당 현수막처럼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광고물은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합니다. 그러나 이 법에는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 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에 한해 현수막을 옥외광고물 허가·신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도 있습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현수막 인근에 (집회 목적의) 텐트가 설치돼 있는데 이들은 국회의사당역 인근 집회 준비물로 현수막 5개를 경찰서에 신고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해당 현수막이) 음란물이지만 집회를 하기 위해 건 현수막은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강제철거하려면) 서울시, 행정자치부 등 상급기관과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청에 따르면 현수막이 내걸린 어제부터 오늘까지 총 4차례 철거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구청 측에서는 두 차례 자진 철거 요청도 했습니다.

구청 관계자는 "인근 텐트에 7∼8명 정도 있어 자진 철거 요청을 했다. 집회 신고를 했어도 불법적인 게 맞지만 당장은 강제로 뗄 수 없으니 철거 요청만 했다"며 답답해했습니다.

관할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현수막을 억지로 떼는 것은 부담이 있다. 현수막 설치 당시를 보지 못했을뿐더러 설치한 후 시간이 지났기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오후 경찰은 현수막을 철거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았지만 실제로 집행하지는 않았습니다.

한때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인근에는 경찰 관계자 20여명이 모이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하는 듯 했습니다. 텐트 안에 있던 관계자들이 나와 휴대전화로 라이브 방송을 하거나 태극기를 흔들며 '표현의 자유가 뭐냐'라고 외치기도 했지만 충돌은 없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 집행 여부와 관련, "오늘은 여의치 않은 것 같다"면서 "현수막 철거 과정도 중요한 만큼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