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8시 50분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한 아파트에서 중년 여성 황모(48)씨가 노모(老母)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황씨는 "엄마는 죽어야 한다"며 부엌칼로 어머니의 왼쪽 무릎과 양손을 찔렀다. 때 마침 황씨의 친오빠가 집에 들렀다 이를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해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당시 황씨가 크게 흥분한 상태여서 조금만 늦었다면 끔찍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이웃주민들은 황씨의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몹시 어렵지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딸과 노모가 둘이 거주하는 평범한 가정이었다. 딸이 어머니를 향해 칼을 휘두른 '비극'은 딸이 앓고 있는 '정신병' 때문이었다.
황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정신병의 일종인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아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설상가상으로 88세인 노모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황씨는 노모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고, 증상이 심해져 결국 칼을 휘두르고 말았다. 결국 경찰은 황씨를 다시 병원에 입원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모는 칼에 살짝 베인 정도로 상처를 입어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며 "황씨를 불구속으로 입건했지만 일단 치료가 우선이라고 생각해 국립의료원에 입원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에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아들이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지헌)는 아버지를 때려 다치게 한 혐의(존속상해)로 A(28) 씨를 구속기소했다. 아들이 아버지를 폭행한 이유는 "배가 고픈데 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 아들도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 아들에게 심한 폭행을 당해 뇌출혈을 일으킨 아버지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3개월 동안 입원해 있다가 지난 4일 숨을 거두고 말았다.
지난해 정신질환 환자가 꽃다운 20대 여성의 생명을 앗아간 이른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이후 관련 범죄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를 돕고 이들이 범죄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사회적인 인프라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그 결과 비극적인 '존속범죄(존속살인·존속상해)'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존속범죄는 지난 2012년 402건에서 2013년 377건, 2014년 390건에 이어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470건과 464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존속살인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50건~60건에 달한다. 또 서울지방경찰청이 발표한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6∼2013년 발생한 381건의 존속살해 사건 가운데 범행동기가 '가정불화' 와 '정신질환'이 각각 49.3%(188건)와 34.1%( 13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가정불화까지 겪을 경우 충동적인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5월 말부터 정신병원 강제 입원이 어려워지도록 하는'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정신질환자 인권 보호를 위해 강제 입원 규정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5월 이후 정신질환자 8만여명이 한꺼번에 퇴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혹여 발생할 피해자와 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강제입원 규정을 재정비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지만 이런 환자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사회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퇴원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고 가정불화를 겪게 되면 비극적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강제입원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히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환자 가족들에 대한 위험이 증가하
[서태욱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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