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서울 삼성동 사저 주변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여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 결성을 선포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재영 기자] |
사저 앞에는 전날부터 하룻밤을 꼬박 새운 박 전 대통령 지지자 10여 명이 남아있었다. 여전히 태극기를 든 채 '불법탄핵 원천무효'를 외치고 있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 주변으로 4개 중대 320여명을 배치해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오전 8시50분께 정수기 1대와 생수 2통이 배달됐고 잠시 후 이 트럭에 대형 온풍기가 실려 나갔다. 서류뭉치로 가득 찬 박스가 붉은 노끈에 묶인 채 나오기도 했다. 봉투 밖으로 삐져나온 A4용지에는 '한우리 밝근···/서울특별시'라고 쓰여있었다. 10시께 경호실 차량으로 보이는 차량에서 건장한 남성이 내린 후 '한아세안(A급)'이라고 적힌 박스를 안으로 들고 들어갔다. 박스에 적힌 제목만으로는 정책 관련 문서라는 인상을 주는 듯하지만 내용물 확인은 불가능했다.
밤샘근무를 마치고 나온 경호팀 직원은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취재진 질의를 거부하고 곧바로 지하철 역을 향했다.
전날 박 전 대통령의 퇴거길에 동행했던 윤전추(38), 이영선(39) 행정관도 이날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친박계 의원 몇명을 제외하곤 방문객도 없었다.
박근혜 지지 모임인 '대한민국 애국연합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오후 2시 50여명이 모여 사저 앞에서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 발족'을 선언했다.
이 단체 박종화 회장은 결의문을 통해 "피의자의 기본적 방어권인 수사협조 거부를 성실의무의 위반으로 매도하고 이를 국민 과반수의 지지로 선출된 대통령을 탄핵하는 논거로 악용한 헌재의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애국 국민들은 사심을 버리고 결사대로 집결 합류해 대통령 지키고 자유 대한민국 지키는데 앞장서 달라"며 결사대 결성 서명운동 시작을 선언했다. 이 단체는 앞으로 약 40일간 매일 사저 앞에 집회 신고를 해놓은 상황이다. 현장 집회 인원들 일부는 기자들 출입을 막으며 "기자증을 보여달라" "가방을 열어봐라" 등 요구를 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출근 또는 등굣길에 오른 인근 주민과 학생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사저 쪽을 바라봤다. 보수단체들 집회와 경찰경비, 취재경쟁으로 동네가 시끄러워지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인근 주민 공모씨(48)는 "어젯밤만 해도 새벽까지 대성통곡소리와 구호 소리에 밤잠을 설쳤다"며 "앞으로도 계속 찾아올 거 같은데 혹여 돌발사태라도 벌어지지 않을까 불안불안하다"고 말했다. 연민을 갖고 있는 주민들도 있다. 인근 부동산에서 일한다는 김모씨는 "4년 전에 박수 받으며 오른 길인데 축하는 커녕 거의 야반도주 하듯 쫓겨온 거 아니냐"며 "집이 아니라 감옥일텐데 '측은지심'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는 꽃을 들고 찾아와 경호팀 직원들에게 "대통령께 전달해 달라" 전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받지 않았다.
한편, 이날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와 트위터 계정이 삭제돼 현재 접속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떠나면서 대민 온라인 소통창구를 일제히 폐쇄한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은 이를 가리켜 "박통이 결국 '계폭'(계정 폭파)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인터넷에선 전날 박 전 대통령 사저에 배달된 가전제품들이 도마 위에 올랐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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