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건희 동영상 의혹` CJ 전격 압수수색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75)의 '성매매 동영상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13일 CJ그룹을 전격 압수 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부장검사 이정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검찰 수사관 20여명이 CJ 헬로비전과 대한통운 사무실, 2곳의 개인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곳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업무 일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CJ 측이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담긴 동영상 촬영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단서를 잡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동영상 속 여성들에게 이 회장의 모습을 촬영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25일 CJ제일제당 부장 출신 선모씨(56)를 구속하고 그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배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그는 회사에서 채권회수 업무 등을 맡았지만 구속된 뒤 사직했다. 선씨는 검찰에서 "회사와는 관련이 없다"며 그룹 연루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측도 "직원의 개인 범죄일뿐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선씨의 범행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하는 CJ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CJ 측이 선씨의 불법행위를 지시·묵인했거나 관여했는지 등 범행 연루 여부를 조사하게 된다.
검찰은 문제의 동영상이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5차례에 걸쳐 촬영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과 큰형인 이맹희(2015년 사망) 전 제일비료 회장이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의 유산을 둘러싸고 본격적으로 소송을 벌이던 때와 겹친다. 이 전 회장은 수개월간 다툼 끝에 2012년 2월 "상속분 대로 삼성생명 및 삼성전자 주식을 넘겨달라"며 소송을 냈다. 소송 직전 삼성 측이 CJ 측에 '상속재산 포기각서'를 요구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검찰은 앞으로 성매매 의혹과 동영상 촬영·유출 의혹 등에 대해 두 갈래로 수사를 진행할 전망이다.
문제의 동영상은 지난해 7월 21일 뉴스타파라는 인터넷 언론이 처음 보도했다. 동영상에는 이 회장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여성에 돈 봉투를 건네는 장면, 이 남성과 여성들이 대화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선씨의 동생(46)과 이모씨(38) 등이 해당 동영상을 빌미로 삼성·CJ 등과 접촉해 금품을 요구했으나 실패하자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