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실무자의 증언 "안진, 회계 부정처리 감추려 논리 개발"

딜로이트안진 법인과 회계사들이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처리를 은폐하기 위해 "논리를 만들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에 설명했다"는 대우조선 회계 실무자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대우조선의 회계 담당자 이 모씨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병철) 심리로 열린 안진과 소속 회계사들의 4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말했다. 이 씨는 "2015년 중순께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장기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너무 적게 설정돼 있다고 지적하자 안진이 논리를 만들어 산업은행에 직접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안진과 소속 회계사들은 대우조선이 장기매출채권의 대손충당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등 방식으로 저지른 5조 7000억원 대의 회계사기를 방조한 혐의(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됐다. 이 씨는 이와 같은 사실을 재판에 넘겨진 안진 회계사 배 모 이사(구속기소)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는 안진 측이 대우조선의 요구를 수용해 회계사기에 가담한 정황 증거도 공개됐다. 검찰이 공개한 2013년 7월 1일 안진 회계사들의 내부 이메일에 따르면 이들은 선박 인도 취소로 발생한 대우조선의 368억원대 손실을 영업손익으로 반영하는 것이 올바른 회계 처리라고 여기면서도 "산업은행과의 MOU를 고려해 영업이익 감소를 최대한 억제해달라"는 대우조선의 요구에 따라 영업 외 손익으로 처리했다. 대우조선은 산은과 해마다 경영실적평가 양해각서(MOU)를 맺고 영업이익 등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받는 구조다.
검찰은 이에 대해 "안진은 이것이 회계 처리 기준 위반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안진 회계사 강 모씨가 2013년 7월 7일 대우조선측에 보낸 이메일도 공개됐다. 강 씨는 이메일에서 "안진이 영업 외 회계 비용으로 처리하기로 결론 냈다"면서도 "영업 손익에 반영을 해야 논리적으로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씨는 안진이 대우조선의 요구를 수용한 이유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안진이 대우조선과 대우조선 자회사들과의 감사 재계약을 고려해 최대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던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안진 측은 "사후적으로 봤을 때 감사 업무 부족할 수 있겠지만 당시 감사 규정에 따라서 업무 수행했을 뿐,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거나 감추거나 허위로 보고한 것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