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수가 조교수에 '성추행' 누명 씌워…조교수는 자살
↑ 사진=연합뉴스 |
부산의 한 대학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대학 당국 진상 조사와 경찰 수사 등을 통해 8개월여 만에 밝혀졌습니다.
17일 경찰과 동아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동아대 손모(35) 조교수는 부산 서구 자신의 아파트 9층에서 투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손 교수는 같은 해 3월 말 경주 야외 스케치 수업 이후 술자리에서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학내에 붙으며 성추행 의혹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야외 스케치 이후 여학생을 성추행한 B 강사가 학교를 그만두고 성추행한 교수가 또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손 교수는 술자리에 동석한 다른 교수가 "성추행하지 않았다"는 진술서를 써 혐의를 벗는 듯했지만, 두 달 뒤인 5월에 '성추행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겠다'는 대자보가 붙고 성추행 교수로 사실상 자신이 지목된 데 대해 억울함을 토로해 왔다는 것이 주변 전언입니다.
손 교수의 유족은 경찰과 대학 측에 손 교수가 결백하다고 주장하며 수사를 요구했습니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문제의 대자보를 붙인 사람이 손 교수가 재직하는 학과의 학생 A(25) 씨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D 교수가 누가 그랬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해서 대자보를 붙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허위 사실을 쓴 대자보로 인해 손 교수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12월 A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던 이번 사건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동아대의 자체 조사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았습니다.
손 교수와 함께 야외 스케치 수업을 갔던 C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한 뒤 스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이를 입막음한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C 교수는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숨기려고 손 교수가 성추행한 것처럼 거짓 소문을 퍼트린 것으로 대학 측은 보고 있습니다.
특히 C 교수는 고참 교수의 정년 퇴임으로 자리가 비는 정교수 자리에 손 교수를 배제하고 자신의 후배를 앉히려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습니다.
동아대는 또 같은 과인 D 교수도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D 교수는 지난해 4월 한 시간강사를 성추행했다는 투서가 총장 비서실에 접수되자 손 교수의 성추행 의혹을 내세워 관심을 돌리려고 A 씨에게 대자보를 붙이도록 종용한 것으로 대학
정교수가 돼 모교 강단에 서는 것이 꿈이었던 실력 있는 젊은 교수는 동료가 퍼트린 거짓 성추행 소문에 절망감을 느껴 스스로 삶을 접어야 했습니다.
동아대는 지난달 졸업을 앞둔 A 씨를 퇴학 처분하고 이달 3일 C 교수를 파면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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