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임신 초기 설 명절을 경험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평균 체중이 9g가량 적은 아이를 출산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여성의 명절 스트레스가 신생아 체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처음 드러난 것이다.
지난달 31일 손기태 호주 커틴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1997∼2014년 국내에서 태어난 신생아 858만9426명에 대해 임신부의 명절 경험과 신생아 출생체중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여성&건강'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임신 기간을 초·중기·말기 3개 그룹으로 나눠 설날을 겪은 시점에 따라 신생아 체중 변화를 살폈다. 전체 조사 대상 신생아의 평균 출생체중은 3.267㎏이었다. 하지만 임신 초기에 설날을 경험한 아이는 설 명절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보다 평균 체중이 9.4g 더 가벼웠다. 또 중·후기에 각각 설 명절을 경험한 아이도 평균 6.2g 더 가벼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임신부의 명절 경험으로 신생아 평균 체중이 9.4g 줄어든 건 콜롬비아에서 임신 초기에 지뢰 폭발 등 테러에 노출된 신생아 체중 감소의 120%에 해당할 만큼 큰 수치라고 비유했다. 특히 신생아의 몸무게 감소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영·호남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 지역에서 임신 초기 설날을 경험하고 태어난 신생아는 평균 체중이 16.2g이나 더 적어 평균 체중 감소량의 2배에 달했다.
연구팀은 임신 중에도 명절 차례를 준비해야 하는 한국 여성 고유의 명절 스트레스와 함께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아이 출생 체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분석에서는 남편보다 교육수준이 더 높아 가정 내 실권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여성일수록 신생아의 몸무게 감소 폭이 적었다.
다만 명절 경험과 신생아 출생체중 변화 양상은 설 명절에만 뚜렷했으며 추석 명절은 설 만큼의 상관성이
손 교수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한국 여성들의 높은 명절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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